[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 부천 KEB하나은행 첼시 리(27, 186cm)가 특별귀화를 위해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문서가 위ㆍ변조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일보는 26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첼시 리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특별귀화를 신청했는데, 첼시 리가 법무부에 제출한 출생증명서와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할머니의 사망증명서 등이 위ㆍ변조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 서류들이 조작된 정황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첼시 리는 누구?
첼시 리는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에 데뷔해 신인상을 수상했고 득점-리바운드 부문 1위를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첼시 리는 한국 선수 자격으로 뛰고 있다. WKBL 규정에 따르면, 부모 혹은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일 경우 해당 선수는 외국인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 자격으로 리그에서 뛸 수 있다. 삼성생명의 김한별이 이런 케이스로, 김한별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첼시 리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WKBL에 한국 선수로 등록돼 있다.
현재 첼시 리의 출생서류 등이 위조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지, 그 혐의가 증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첼시 리의 서류가 논란이 되자 여자농구계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당초 첼시 리가 '한국인 할머니를 둔 혼혈 선수'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WKBL 내부 반발 샀던 장본인
당초 하나은행 외에도 첼시 리를 눈여겨 봤던 팀이 다수 있었다. 그런에 그 팀 관계자들은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첼시 리 영입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첼시 리가 한국 무대에 데뷔했을 때, 하나은행과 WKBL은 이에 관해 기자들에게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첼시 리는 불우한 개인사 때문에 출생 관련 서류가 남들과 좀 달랐다'는 것이다.
WKBL 관계자는 "첼시 리는 자메이카에서 태어났고, 또 친부모님이 모두 일찍 돌아가셨다. 미국에서의 명확한 출생서류가 없었다. 그리고 첼시 리는 어릴 때 돌봄가정에 입양돼 자랐기 때문에 현재 서류상 부모는 모두 양부모다. 그런데 친부모님이 불행하게 돌아가셨기 때문에 친부모와 관련해 명확한 기록을 찾기도 어려웠다. 첼시 리는 친부모님의 얼굴조차 모른 채 자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첼시 리의 에이전트가 친부모의 출생 기록을 찾아냈는데, 그 결과 할머니 이름이 한국인이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할머니의 이름을 근거로 한국에서 어렵게 해당인의 서류를 찾아내 할머니가 한국인임을 증명했다고 주장했고, WKBL은 첼시 리를 하나외환의 한국선수로 등록하는 것을 승인했다.
그렇다면 WKBL의 또 다른 혼혈 선수인 삼성생명 김한별의 경우는 어땠을까. 김한별은 한국인 어머니가 생존해 있고, 또 어머니가 아직 한국 여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서류 관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첼시 리는 불우한 개인사 때문에 경우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일부 팀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시즌 내내 WKBL의 일부 팀들은 "첼시 리가 제출한 서류는 의문점이 많다.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만일 혐의 밝혀진다면?
이번 '첼시 리 사태'가 혐의로만 그친다면 해프닝에 불과하겠지만, 만일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한국 농구계가 '희대의 핏줄 사기극'에 무력하게 놀아난 꼴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대한농구협회는 국가대표 자리를 철저한 검증도 없이 내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영입한 하나은행은 신용을 바탕으로 하는 '은행팀'의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WKBL도 심각하다. 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첼시 리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준우승까지 했다. 과연 그 성적을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도 문제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부정 선수를 내세워서 시즌을 치른 셈이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사태에 대한 징계와 사후처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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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