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은 유달리 '대위'가 많다.
대위는 위관(尉官)급 장교의 최고봉이자 일반적으로 한 중대를 통솔하는 지휘관을 맞게 된다. 여기에 군생활도 할 만큼 했지만 뭔가 고리타분해 보이는 영관급 과는 다르게 젊다(30대 중반~후반). 때문에 이런 작품 속에서는 유달리 대위 계급을 가진 주인공이 많이 등장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유시진(송중기 분) 또한 대위였다. 유 대위님의 말투를 비롯한 일거수 일투족은 그야말로 대한민국과 중국을 들었다 놨다 하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다른 작품 속 대위님들은 어떨까? 'XP돋보기'에서 들여다 봤다.
1. '로드 넘버원' 이장우 대위-feat. 소지섭
먼저 소개할 것은 비주얼 갑 of 갑 대위님이다. 바로 '소간지' 소지섭이 분한 이장우 대위다. '태양의 후예' 처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멜로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로드넘버원'의 주인공.
하지만 전쟁의 비극을 그렸다는 점에서 그나마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 중 대표격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장우 대위는 엘리트(?)라 불리는 유시진 대위와는 달리 하사관 출신 장교다. 여느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그렇듯 고집 있고 강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다.
2. '밴드 오브 브라더스' 리처드 윈터스 대위-feat. 데미안 루이스
중위로 등장해 대위로 진급, 소령으로 예편했다. 대위로 가장 많이 등장했기에 대위님에 넣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가장 성공적인 드라마로 꼽히는 HBO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실질적인 주인공 리처드 윈터스다.
윈터스는 완벽한 대위님이다. 2차 대전 발발 후 장교 후보생을 거친 후 소위로 임관했다. 유시진 대위님이 있는 특전사 같은 특수부대가 미군에는 없던 시절 실질적인 특수부대 격인 101 공수사단의 장교로 2차 대전에 참전했다.
극중 윈터스는 냉철하며 따뜻하다. 멍청한 중대장의 지휘에도 부하들을 구했으며, 20명의 중대원을 이끌고 200명의 독일군을 이기기도 한 전투의 천재다. 드라마 아니냐고? 윈터스 대위는 실존 인물이다.
3. '라이언 일병 구하기' 존 밀러 대위-feat. 톰 행크스
인간적이고 책임감 강한 대위의 표상이다.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존 밀러 대위다.
단 한 명의 병사를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지키기 위해 부하를 잃으면서도 끝없이 싸운다. 하지만 주변 동료가 연이어 전사하자 밀러 대위는 전쟁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고민하고 찾는다.
그의 대사 중 "나는 라이언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가 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해라. 우리 손으로 피를 묻히는 순간이 더 많아질수록, 집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이라는 대목을 보면 군인으로 책임감과 야전 지휘관으로 고뇌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밀러 대위의 헌신과 희생에 많은 사람이 울었다. 사실상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위님이라 볼 수 있다.
4. '제너레이션 킬' 데이브 맥그로우 대위-feat. 에릭 네닝거
안타깝지만 현실 대위에 가까울 수도 있다. HBO에서 이라크전을 배경으로 한 실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 '제너레이션 킬'의 데이브 맥그로우 대위다.
그의 별명은 영광스럽게도 '캡틴 아메리카'다 하지만 이는 그를 비웃는 것이다. 특기는 부하 전공 빼앗기. 무능력함의 극치다. 취미는 이라크 군의 제식 소총인 AK를 수집하는 것이다.
심지어 금수저다. 삼촌이 이라크 파견군 중부군의 대령이다. 포로학대로 사고를 쳐도 빠져 나오는 굳건함을 보여주는데다 이라크 전 종전 후 귀국해서는 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했다.
'제너레이션 킬'은 군의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불린다. 현실에 기반했기에 물론 재미는 덜하다. 하지만 '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태양의 후예'보다는 100만배 정도 현실적이다.
5. '지옥의 묵시록' 벤자민 윌라드 대위-feat. 마틴 쉰
거장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전쟁 영화의 대표작 '지옥의 묵시록'은 전쟁이 만들어낸 광기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벤자민 윌라드 대위는 커츠 대령(말론 브란도 분)의 암살 임무를 받고 부하들과 함께 전장으로 뛰어든다.
'지옥의 묵시록'은 문명의 충돌과 전쟁으로 인한 인간이 가진 내적 광기의 표출을 잘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윌라드 대위는 이런 전쟁으로 인해 변해가는 인간성의 대표자인 셈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대를 이어서(마틴 쉰의 아들 찰리 쉰은 '플래툰'에서 테일러 상병 역할을 맡았다) 전쟁 속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덧. '플래툰' 속 반즈와 그로딘-feat. 톰 베린저, 윌렘 대포
말끔하고 잘생긴 서대영 상사. 반면 전쟁 영화의 명작 '플래툰' 속의 주인공 격인 두 명의 부사관 밥 반즈 상사(톰 베린저)와 엘리어스 그로딘 중사(윌렘 대포)는 전쟁에 찌든 인물들이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이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플래툰' 속 반즈와 그로딘은 선을 넘은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대표한다.
'플래툰' 최고 명장면이자 영화 역사상 손꼽을 명장면으로 불리는 엘리어스 그로딘의 죽음,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아는 영화 팬이라면 자신의 과오를 숨기려 하는 톰 베린저의 광기와 아군임을 알고 선하디 선한 미소를 짓는 윌렘 대포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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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