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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지구를지켜라' 정원영 "병구의 감정에 올인했죠"

기사입력 2016.04.21 13:17 / 기사수정 2016.04.21 13:17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영화 ‘지구를 지켜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배우 신하균일 터다. 순수하면서도 광기에 사로잡힌 병구를 실감 나는 연기로 소화해냈다. 뮤지컬 배우 정원영은 그런 신하균의 색을 지우고 자신만의 병구를 만들어냈다. 특유의 개성을 가진 그답게 원작의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했다. 

“첫 공연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관객의 마음이 열려 있었죠. 밝은 분위기로 우리 작품을 확실하게 보여줬어요. 너무 만화적이거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 아니라 웃게 하는 작품이에요. 저도 편안하게 연기했어요.” 

정원영은 연극으로 재탄생한 ‘지구를 지켜라’에 출연 중이다. 2003년 개봉한 신하균, 백윤식 주연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외계인 때문에 지구가 위험에 처할 거로 생각하는 병구가 외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강만식을 납치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지나 연출과 조용신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영화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쓰는 등 작품성만은 인정받았다.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와 궤를 같이 하면서도 코믹 요소를 가미해 좀 더 가볍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연극 출연을 계기로 영화를 봤어요. 연극은 영화와는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는데, 연습하면서 창작의 재미를 느꼈죠. 코믹함으로 채워지지 않으면 연극으로 올려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어한 분위기로만 갈 수는 없겠더라고요. 영화 속에 나오는 잔인한 고문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대사가 많아졌고 결국은 코믹함으로 돌아섰어요. 너무 코믹으로만 가면 강만식이 살고자 하는 의욕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아 걱정도 됐는데 옷이나 외모적인 변신으로 잘 구현해냈다고 봐요.” 

병구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캐릭터다. 순수하면서도 악랄하고, 사이코패스 같지만 마음속 깊은 상처를 지녔다. 이율, 샤이니 키와 함께 트리플 캐스팅된 정원영은 “무대 위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표현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병구의 행동에 타당성을 두지 않고 순간에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왜 슬퍼졌는지 따지지 않고 그 슬픔에 집중하는 거죠.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한다기 보다 표현하려는 감정에 올인해요. 미친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세 병구의 연기도 가각 달라요. 기범(키) 군은 대사를 조목조목 소화해 병구의 천재적인 부분을 잘 살려요. 이율 배우는 연민을 느끼게 하는 눈빛을 지녔죠. 저는 굉장히 화를 많이 내는, 다혈질의 병구를 표현하고 있어요.“
 
정원영은 매 작품, 캐릭터마다 어떻게 연기해낼지 호기심을 부르는 배우다. 그런 그가 연기하는 병구는 어떨까. 신하균이 명품 연기가 살아있는 원작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이는 기우일 터다. 요상한 헬멧을 착용하고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는 병구를 그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에서 병구는 귀여운 이미지가 아니에요. 정말로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눈빛이나 행동도 무섭죠. 무대 위에서는 매력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아이 같이 순수하지만 살인은 살인이고 어떻게 해도 죄인은 죄인이에요. 한 방향으로만 밀고 나가면 된다고 여겼어요. 나 자신을 설득시키거나 상대방 얘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로지 나, 병구 얘기를 하고자 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XP인터뷰②]'뮤지컬계 햇살' 정원영, 10년차 배우의 소박한 목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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