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배우 송일국에게 '장영실'은 갑자기 찾아온 선물, 그리고 변화의 시작이었다.
KBS 1TV 대하드라마 '장영실' 종영후 타이틀롤을 맡았던 배우 송일국을 만났다. '장영실'은 지난달 26일 10.2%(AGB 닐슨,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종영, 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막을 내렸다. 24부작의 다소 짧은 사극임에도 학자의 삶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송일국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삼둥이 아빠' 이미지가 박힌 송일국에게 다시 배우의 얼굴을 찾아 준 작품이기도 했다.
◆ "엄청난 대사량, 뇌가 흘러내릴 것 같았어요"
송일국은 "이렇게 짧은 사극은 처음이라 하다 만 것 같다"고 웃으며 '장영실'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 특성상 CG가 많아 사전제작을 많이 했다. 또 감독님이 밤 새는 것을 싫어하시더라"며 "지금까지 사극 촬영 중 체력적으로는 가장 이겨내기 쉬웠던 것 같은데, 대사가 어려워서 정신적으로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용어도 어려웠고, 한 신이 상당히 길었다. 보통 한 시간 짜리 드라마를 한다고 하면, 한 편에 많을 때는 70신이 넘어간다. 그런데 '장영실'은 20 몇 신에서 끝날 때가 있다. 그 만큼 한 신이 길다는 얘기다. 작가 선생님이 한 사람한테 몰아주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NG를 한번씩 낼 정도로 대사가 어려웠다. 외국어 외우듯이 외웠다. 천체 용어가 익숙해질만 하니까 음악 용어가 나오고, 뇌가 흘러내릴 것 같더라"고 말했다.
송일국은 '해신', '주몽', '바람의 나라' 등 굵직한 사극드라마에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송일국에게 "유난히 사극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묻자 "나도 나한테 그런 배역이 왜 많이 오는 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영실'은 의외긴 했다"고 회상하며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면서 기존의 이미지를 많이 바꿔준 것 같다. 감독님도 '생각도 못했는데 송일국 씨한테 저런 면이 있구나 하고 느꼈다'고 하셨다. 그래서 작품 들어가기 전에 '장영실'을 아이들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사극 이미지가 강해져 일부러 피한다는 얘기에는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송일국은 "사실은 '장영실'이 딱 정말 하고싶을 때 들어왔다. 그동안은 왕이나 장군 역할을 많이 맡았다. 문관보단 무관이미지가 강하다. 근데 이번에는 정말 반대대는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이미지가 시대극이나 사극에 잘맞는 거 같다면서 실제로도 현대극보다는 사극들이 잘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송일국은 "이제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한다. 애 키우려고. 정말 돈 많이 들어간다. 이제는 똥오줌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일국이 말했듯, 장영실이란 인물은 그간 송일국이 해왔던 사극 중 인물과는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천민 출신 장영실은 자신의 능력으로 관직에 오른다. 그 때문에 송일국은 "힘을 많이 빼고, 풀어지려고 노력을 많이했다"고 얘기하며 "그래야하다보니 연습할 땐 일부러 무겁게 대사를 하고, 소리도 많이 질렀다"고 회상했다. 장영실의 신분이 상승하면서 연기에 변화도 줬다. 송일국은 "톤 변화를 많이 줬다. 석구(강성진 분)랑 얘기할 때는 편하게 얘기하고, 궁 안에서 얘기할 때는 톤을 완전히 무겁게 바꿨다"고 설명했다.
◆ "장영실,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천재"
장영실을 연기한 송일국에게 장영실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사람'이었다. 송일국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천재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 태어났다면 과학으로 한국을 빛내셨을텐데 안타까웠다"고 얘기했다. 그는 "사실 배운 점도 많았다. '조선시대 과학기술이 이렇게까지 발전했었구나' 싶었다"며 기자들에게 경복궁 고궁 박물관에 가볼 것을 권했다. 지하 1층에 내려가면 앙부일구(해시계)가 있는데, "직관적이고 놀랍다"며 극찬했다.
'장영실'은 일본을 비롯한 중국, 태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2개국에 수출이 확정됐다. 특히 지난 2012년 독도 횡단을 한 이후 일본에 입국금지가 내려졌던 송일국이었기에 이번 수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송일국은 "사실 감독님이 캐스팅 하실 때 반대하신 분도 많았다고 한다. 가장 큰 시장이 일본인데, 어려울 거라고 하셨나보다"라고 비화를 풀었다. 송일국은 "사극 치고는 꽤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하더라.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른다"며 "근데 나에게 떨어지는 건 없다"며 웃었다.
송일국은 아이들이 태어나며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연기적으로도 시야가 넓어졌다. 송일국은 "나는 못 느끼겠는데, 남들이 봤을 때 부드러워지고 많이 바뀌었다고 해준다"며 "나도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 '플라이 하이'라는 영화를 한 편 찍었는데, 3류 건달 역이다. 속칭 '산마이' 역이 될까 했는데. 스스로 평가하는 건 웃기지만 된다는 걸 느꼈다. 그것도 어떻게보면 아이들이 나한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격적인 역할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장영실'로, '장영실'에서 또다른 역할로 이어지 듯 선물상자 안에는 또다른 선물상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자를 여는 것은, 결국 배우 송일국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송일국 ⓒ권혁재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