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승리다. 자칫하면 18년 전 태국에 당했던 아픔을 또 반복할 뻔한 경기력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이 27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수파찰라사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팀과 평가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습도와 더위에 푹푹 찌는 상황서 한순간 시원했던 것은 전반 4분 석현준(FC포르투)의 선제골 장면 한번 뿐이었다. 이후 86분은 크게 고전했고 오히려 실점 위기를 상대보다 더 많이 허용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인 만큼 실험에 중점을 뒀다. 그동안 원톱 체제로 고수했던 것과 달리 석현준과 이정협(울산)을 동시에 최전방에 두는 전술로 변화했다. 지난 24일 레바논전과 비교해 기성용(스완지시티) 한명만 바뀌지 않을 만큼 테스트에 열중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은 아시아 최고라 말할 수 없었다. 수비는 태국의 정교하지 않은 공격에 허둥댔다. 급기야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센터백 2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지만 후반에 더욱 위험한 장면을 허용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박주호(도르트문트)와 김창수(전북)의 측면 수비는 시종일관 태국의 공략 지점으로 활용되면서 제몫을 하지 못했다.
중원의 탄탄함도 거리가 멀었다. 고명진(알라이얀)은 슈틸리케호 첫 경기서 도움을 기록하며 인상을 남겼지만 정우영(충칭리판)과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했다. 정우영은 중원 수비에 힘을 더하지 못했고 백패스마저 안정적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실험의 핵심이던 투톱도 이정협과 석현준이 번갈아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 기성용이 최전방까지 올라가는 형식의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후반 들어 주세종(서울)과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 황의조(성남) 등을 투입해 태국으로 기운 분위기를 가져오려 애를 썼지만 그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전반 4분 석현준의 골이 아니었다면 18년 전 방콕아시안게임서 9명이 뛴 태국에 무너졌던 것과 같은 끔찍한 결과를 받아들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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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