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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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의 가능성, 도경수라는 이름 (인터뷰)

기사입력 2016.03.03 07:40 / 기사수정 2016.03.03 07:4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도경수가 그룹 엑소(EXO)의 디오가 아닌, 배우 도경수라는 이름으로 스크린 앞에 섰다.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을 통해 첫 주연에 도전하며 '진짜 배우'로 가는 길 위에 한 발자국을 더했다.

2012년 엑소로 데뷔 이후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처음 연기를 경험했다. 이후 차곡차곡 쌓아진 필모그래피. 영화 '카트'(2014)에 이어 지난해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존재감을 조금씩 더 드러내 온 그다.


▲ "'순정', 정말 많은 것을 배운 작품"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감성드라마. 도경수는 무뚝뚝하지만 일편단심 한 소녀만을 향한 순정을 보여주는 범실 역을 맡아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순정'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첫 주연작'이라는 무게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주연이라고 했을 때는 사실 그런 책임감을 잘 못 느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위에서는 그를 향해 '주연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넸고, 그렇게 도경수는 조금씩 자신의 어깨에 놓인 무게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때부터 부담감이 많이 생기더라.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고부터는 제가 주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섯 명 모두가 주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하니 부담감이 덜어졌다. 함께 한 친구들이 모두 경험들이 많지 않나. 제가 어려워하는 것을 많이 도와주고 배려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순정'은 지난 해 6월 크랭크인해 9월 크랭크업까지, 전라남도 고흥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고흥에 사는 친 이모 덕분에 이미 그 곳의 환경은 도경수에겐 익숙하게 와 닿았다. 촬영을 이어가며 어렸을 때 놀던 기분을 느끼고,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기쁨을 마주했던 순간순간들이었다. 좋은 사람, 좋은 배경 속에 도경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범실이에 녹아들어갔다.

'순정'은 1991년을 배경으로 한다. 1993년생으로, 1991년의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그이지만 그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도경수는 "사랑, 우정이라는 감정은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과 똑같은 것 같다. 1991년도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촬영 소품이나 노래 제목 같은 것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카세트테이프나 과자봉지의 디자인을 보니 그 때의 분위기가 느껴지더라"고 미소 지었다.

범실은 애틋하고, 또 수줍은 눈빛으로 늘 수옥을 지켜본다. 도경수는 범실이의 감정 표현을 위해 자신의 첫사랑 시절을 떠올렸다. "사실 실제의 저와 범실이는 다른 점이 더 많다"고 운을 뗀 그는 "첫사랑의 부끄러움과 풋풋함은 과거 경험을 많이 생각했고, 범실이의 남자다운 성격은 실제의 저에게도 있는 면이어서 상대방의 눈과 표정, 말투를 보고 거기에 맞게 연기해보자는 생각으로 현장에 나갔다"고 얘기했다.

현실에서는 다소 낯간지러울 수 있는 말들을 정말 싫어하는 그이지만, 촬영장 안에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연기' 안에서는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는 그다. 도경수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간지러운 대사들도 글로 보면 부끄럽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게 없이 마음이 너무나 편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순정' 속 5총사 중 가장 맏형이었던 도경수는 "맏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우리는 진짜 열일곱 친구다' 이렇게 다들 약속하고 실제로도 극 중 이름을 부르면서 말도 편하게 했었다. 그래도 조금의 부담감은 있어서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하고 예약해서 동생들을 데려가고, 그렇게 했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연기경력은 제가 가장 적지 않나.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다들 경험이 너무나 많고,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이 친구들의 센스나 에티켓 같은 것에 정말 많이 놀라고 배웠다"면서 동료 배우들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 도경수가 찾고 싶은 '멋있는 남자'의 의미

도경수는 연기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을 '재미'로 꼽았다. 이미 가수 활동만으로도 너무나 바쁘지만,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희열은 무대 위에서의 그것과 또 다른 의미의 기쁨을 그에게 준다.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연기를 하면서) 제가 정말 재미를 느낀다"고 눈을 빛낸 그는 "바쁘고 힘들지만, 그만큼의 바쁨과 힘듦이 있어서 또 이만큼의 행복이 있는 것 같다. 그걸 느껴버리니, 힘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정말 재미있는 마음이 더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모든 경험들을 좋은 연기를 위한 자양분으로 삼고 싶지만,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겪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고민삼지 않으려 노력한다.

도경수는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아쉽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저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니 그걸로 서로 보완이 되는 것 같다. 고민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계속 그래봤자 저만 손해기 때문에, 금방 잊으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던 도경수는 "'21그램'의 숀 펜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또 독립영화 '10분'을 보고 나서는 주연 연기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근에는 '레버넌트'를 봤는데, 디카프리오 연기를 보고 정말 충격 받았다"며 놀랐던 마음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작품의 크기, 장르 등에 구애방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면 언제든 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도경수는 '어떤 이들이 봐도 멋있는 남성'이 되고 싶은 게 목표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 있는 '멋있는 남성'이라는 표현이 주는 의미. 한참을 생각에 잠긴 그는 "멋있는 남성, 그 단어가 굉장히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저도 그걸 아직 찾지는 못했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지난 1월 내한했던 할리우드 배우 잭 블랙과 조지 클루니, 조인성 등을 '멋있는 남성'이라고 언급한 도경수는 "그런 분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게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 인물을 봤을 때 '저 사람 진짜 멋있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 거기에는 아마 연륜 같은 것도 포함이 될 것이다. 어렵지만 하나하나 다 찾아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 한 번 옅은 미소를 보였다.

앞으로의 도경수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여줄 새로운 모습들, 그의 이름이 가지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그렇게 한 뼘씩 더 넓어지고 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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