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배우 이성민이 진솔한 입담부터 요리 잘하는 남자의 면모까지,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14일 방송된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서는 최근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에서 첫 단독주연을 맡아 애절한 부성애 연기를 선보인 이성민이 출연했다.
이성민은 아내와 동네 주민이 챙겨준 무청 시래기와 요리 재료를 보여주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시래기 콩가루 찜인데 나이가 들수록 생각나더라"며 시래기 찜을 오늘의 메뉴로 선정했다. "이런 향토적인 음식을 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내 긴장돼 손을 떠는가 하면 밥을 짓지 않는 허당의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성민은 콩가루를 입힌 시래기를 멸치와 새우를 우려낸 물에 투하했다. 방랑식객 임지호의 입맛에 맞춰 육수를 추가하기도 했다. "쌀을 덜 씻은 것 같다.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는 임지호의 지적에는 어쩔 줄 모르는 친근한 면모를 보였다.
MC 김수로는 "어묵 냄새가 난다. 구수하다"며 관심을 보였고, 이성민은 이내 자신감 있게 요리를 완성했다. 임지호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 그리움의 맛이다. 과학적이다. 시래기에 콩가루 입혀서 부족한 단백질을 채웠다"며 칭찬했다.
이성민은 진솔한 입담이 돋보였다. '애처가라던데'라는 언급에 "잘한다. 나 같은 사람 만나서 축복받은 거다. 장난 아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아내는 라면을 맵게 하는 걸 좋아한다. 딸은 내가 아침에 해주는 계란죽을 좋아한다"며 애정을 내비쳤다.
매 작품 열연을 선보인 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이성민은 "질투나는 배우가 많다. 송강호 형, 최민식 선배님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후배들 중에는 조진웅 씨 보면 옛날부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배우들을 보면 '난 저 나이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느 날 영화를 봤는데 뭐지 싶더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해서 엎치락뒤치락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힘들다. 다시 하라고 하면 이 일을 안 할 거다. 단순하고 정직한 걸 하고 싶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힘들어해도 하나 했더니 질투, 나에 대한 불만족, 더 잘해봐야지 하는 욕심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잡고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뉴욕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내와 딸을 보지 못하는 12년 기러기 아빠이자 가장의 사연을 읽었다.
이성민은 "이 마음을 알 것 같다. 대구에서 연극을 하다 저만 대학로로 올라왔다. 집사람과 아이만 남겨두고 6년간 떨어져 있었다. 집사람이 일해서 생활을 유지했다. 내가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면 용돈을 받아서 왔다. 나는 수입이 없었다. 그때의 마음이 생각난다"며 힘든 시절을 털어놓았다.
이날 이성민은 임지호를 도와 고등어를 굽는 열혈일꾼으로 변신했다. 배드민턴을 치고, 시래기찜을 만들고 충주성심학교에 찾아가 사연의 주인공을 만나는 등 구수하고 친근한 매력을 펼쳤다.
그는 청각장애를 지닌 고3 학생들에게 "'미생'에 나오는 말인데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파리 뒤를 따라가면 변소 주위만 가게 되고 꿀벌의 뒤를 따라가면 꽃밭을 거닐 거다. 선생님들을 만나 활짝 피게 되지 않았나 한다. 앞으로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시종 사람냄새 나는 배우의 매력을 보여준 이성민은 "같이 나눠먹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한 끼 한 끼 밥을 해 먹으면서 급격하게 친해진 느낌을 받았다. 헤어지기가 약간 서운했다. 다음에 기회되면 또 한 번 나와서 사연 있는 분들과 식사를 하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식사하셨어요'는 매주 일요일 오전 8시 20분에 방송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SBS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