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시드니(호주),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의 홍성흔(39)이 다시 한 번 신발끈을 조여맸다.
지난 시즌 홍성흔에게는 나쁜 의미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17시즌동안 꾸준히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면서 통산 타율이 3할2리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93경기 타율 2할6푼2리에 그쳤다.
홍성흔은 지난시즌 부진에 대해 "지난 시즌은 캠프 때부터 야구를 너무 쉽게 봤다. 항상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2014년에 타율 3할1푼5리, 20홈런을 쳤다고 '지금처럼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더 이상 발전도 없었고, 오히려 더 퇴보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더 분석하고 냉철해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쉽게 보고 방심했던 것 같다"며 "원래 매 시즌 긴장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을 하면서 내 자신과 협상을 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 부진으로 이어졌고, 우왕좌왕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 번도 정확한 자세로 한 적이 없다. 보통 시즌 시작할 때가 아니더라도 4월쯤이면 내 타격폼을 가지고 가는데 지난해에는 유독 타격폼 때문에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의 타격폼에 대해서 묻자 그는 "스윙폼이 컸다. 상대팀 투수가 바닥에 공을 던지면 참아내고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 하다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전 시즌보다 잘하려는 마음이 적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독한 부진은 항상 자신감 넘쳤던 홍성흔을 위축시켰다. 그는 "노아웃 1,2루 상황에서 지명타자인 내가 해결을 해줘야하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은 '병살만 치지 말아라'라고 생각을 한다. 나 역시도 자신이 없어졌고, 지명타자가 자신있게 휘두르지 못하고 번트를 대면서 피한 적도 있다"며 "감독님이 원하는 건 그것이 아닌데, 자신이 없고 위축되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마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고참으로서의 역할까지 못했다면 이미 은퇴했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그만큼 모든 것을 비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현재 호주 시드니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그는 "일단 장타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정교한 타격을 하면 자연스럽게 장타가 나오는데 포커스를 장타에 맞추면 나쁜 볼에도 배트가 나간다. 그런데 오직 마음이 펜스 넘어에 가 있으니 좋은 타격이 이뤄질 수 없었다"며 "감독님께서도 지난시즌 나를 두고 많이 참으셨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도 홍성흔은 지명타자 자리를 두고 다툰다. 그 스스로도 "올 시즌 나는 주전이 아니다. 지명타자라는 자리는 고정된 선수가 있기도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 중 타격이 좋지만 그 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솔직히 백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는 냉철하신 분이다. 실력 순으로 선수를 기용한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만큼 스프링캠프도 절실함을 가지고 임했다. "후회없이 모든 것을 해보겠다"고 다짐한 그는 아침조 훈련에 항상 참가했고, 야간에는 숙소 근처에서 배트를 휘두르면서 타격폼 교정에 힘썼다. "야간에 배트를 휘두르니 코치님들이 '왜 이러냐'며 놀라더라. 내가 나가서 휘두르면 어린 선수들도 나와야한다는 부담이 있어 안보이는 곳에서 몰래한다"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그는 FA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다시 FA 자격을 취득하는만큼 올 시즌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그 역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홍성흔은 "올해 잘해서 2년을 더 뛰는 것이 목표다. 아직까지는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기량이 안됐다면 코치님들이나 감독님께서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했을텐데 아직까지는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은퇴하면 가족들이랑 2년 간 미국으로 유학을 갈 생각 이다. 미국에 가서 선수들을 좀 가르쳐보고 싶다. 어떤 야구를 하고 어떤 타격을 하는지 다른 부분을 많이 배우고 싶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타격을 가르쳐주는 등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실 올 시즌은 나도 물음표인 만큼 궁금하다. 물러날 곳이 없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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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