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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리' 이호재 감독 "이성민, 무생물 놓고도 대화할 수 있는 중년이죠"(인터뷰)

기사입력 2016.02.03 17:00 / 기사수정 2016.02.03 15:52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진실 기자] 로봇과 사람의 우정, 그리고 가슴 저린 부성애가 다가왔다. 바로 영화 ‘로봇, 소리’의 이야기다. 

지난 1월 27일 개봉한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에서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나서는 아버지 해관(이성민 분)과 그 앞에 어느 날 등장한 로봇 소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이호재 감독은 ‘로봇, 소리’ 속 소리의 종이 인형을 직접 만들며 소리에 대해 가득한 애정을 보였다. 이호재 감독은 어린 시절 처음으로 본 영화가 ‘스타워즈’ 였다고. 이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를 다룬 영화를 보며 거부감이 없었고, 이런 감성은 ‘로봇, 소리’의 제작에도 영향을 줬다. 

소리의 모양은 약간 너구리 같기도 하며 안드로이드 캐릭터 같기도 하다. 어떤 모양이라 형언하기 힘들지만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가는 소리의 모양에 대해 이호재 감독은 “1년 가까이 콘셉트 작업을 하며 이런 모양이 나왔다”며 “많은 의견이 있었는데 친숙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흔히 볼 수 있는 CCTV와 같은 모양에서 착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리는 인공위성의 일부분이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해관에게 떨어졌기에, 그가 세우고 다닌 모습은 실제 거꾸로된 모습이었다. 이호재 감독은 “눈 부분의 띠가 있는데 이 띠가 움직이진 않지만 소리의 인상을 나타내준다. 띠가 있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로봇을 하나의 주연배우로 놓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배우에게 있는 무언가를 가져와야 했지만 로봇에게서 찾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호재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의 캐릭터를 잡아준 배우 이성민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30~40kg에 달하는 무게의 소리지만 기특하게도 소리는 큰 고장 없이 영화 촬영에 임했다. 

이호재 감독은 극중 한 소녀를 찾기 위해 앞을 향해 가는 소리의 모습에 대해 “소리를 통해 성공이 보장되지 않았더라도 가능할 것 같다는 희망과 젊은이들의 패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리의 목소리 연기는 심은경이 맡았다. 심은경의 장난꾸러기 같은 목소리와 약간의 기계음이 어우러져 소리의 새로운 캐릭터가 표현됐다. 이호재 감독은 심은경에 대해 “동년배 배우들과 다른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다져온 연기력이 있기 때문에 의심하기 힘든 배우다. 이전에도 더빙 작업을 했기 때문에 ‘로봇, 소리’ 더빙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심은경 씨도 호기심을 가지고 재밌다며 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심은경의 목소리와 기계음이 어우러진 것은 의도된 효과였으며 소리가 점점 교감할 수 있는 존재로 되는 변화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로봇, 소리’에는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호재 감독은 이 이야기를 다루며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호재 감독은 “함부로 유가족들을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기 때문에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하기 보다는 우리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전히 조심스럽다. 아직 잊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소리’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는 특히나 이성민의 호연이 빛났다. 로봇과 호흡을 맞추며 애잔한 부성애까지 표현해내는 이성민의 모습이 영화를 밝게 비추었다. 이호재 감독 역시 이성민에 대해 “감성이 굉장히 풍부하다”며 “연기를 하는데 있어 기술적인 부분, 공감 능력도 뛰어나다. 무생물을 놓고도 감히 대화를 할 수 있는 중년이다. 영화에 대해 의심보다는 호기심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진정한 모습이 우러나온 것 같다”고 극찬했다. 

‘로봇, 소리’에는 요즘 대세라는 류준열도 특별 출연한다. 이호재 감독은 류준열이 스타덤에 오른 tvN ‘응답하라 1988’ 이전에 그를 캐스팅했다. 류준열의 캐스팅에 대해 이호재 감독은 “어떤 역을 캐스팅하던지 역에 재능이 있는 배우를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응팔’ PD님과 나의 생각이 그런 면에서 비슷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친구를 그렇게 중용할 만큼의 안목이 없었고 그 분은 있으셨다. 하하. 태도도 굉장히 좋았고 개념도 분명했고 좋은 배우감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아빠인 이호재 감독은 극중 보수적인 아버지 해관과 달리 딸바보다. 이호재 감독은 아직 딸의 사춘기를 겪지 않았기에 과거 시간 강사를 하며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호재 감독은 “20대 초반 여학생들이 아버지와 멀어지거나 데면데면하기도 하기도 하더라. 그래도 마음은 서로 애틋하다고 생각한다. 멀어진 부녀관계라도 한 명이 물꼬만 튼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이 영화를 보고 아무 얘기라도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호재 감독은 해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전작이 주식을 다룬 영화 ‘작전’이었고, 이번에는 휴먼 감동 스토리를 담은 ‘로봇, 소리’인 만큼 차기작에서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도전해보고 싶다고. 이호재 감독은 “안 해본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전작과 닿아있는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이 사람이 이 장르도 하고 저것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좋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영화 기획 단계에서 나왔던 이야기인데 ‘로봇, 소리’를 본 뒤 집에 가는 길에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사이가 좋거나, 나쁘거나, 자주 연락하는 사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잘 지내세요?’라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수 있는 좋은 영화가 됐음 좋겠습니다.”

tru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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