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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초점] '시그널' 울분의 고구마, 교감의 사이다로 푼다

기사입력 2016.01.25 17:35 / 기사수정 2016.01.25 17:39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현실의 울분을 단절됐던 과거와의 대화로 해결해 나간다.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방송 2회만에 입지를 굳혔다. 시청률 6.3%(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로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뿜어내더니, 캐릭터 설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사건에 돌입한 2회는 7.3%를 기록하며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는 '마성의 늪'을 구축했다. 

장기 미제사건을 붙들고 물어지는 '시그널'은 달달하지 않다. 한없이 진지하고 어두운데다, 어떻게 보면 암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김원석 감독은 "기본적으로 장기 미제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그 자체는 '고구마'일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공분을 샀다. 김윤정 유괴사건의 용의자인 윤수아(오연아 분)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경찰을 농락하는 뻔뻔함도 드러낸다. 이따금씩 자아내는 옅은 미소는 소름을 끼치게 한다. 잘 살고 있는 윤수아와 달리, 사건의 피해자인 김윤정의 어머니는 날마다 경찰서 앞을 배회하며 고통에 몸서리친다. 더욱 선명해진 주름과 흰 머리는 딸을 떠나보낸 슬픔이 묻어난 마음 고생의 흔적이다.

더구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부터 DNA 검사 결과가 나와 진범인 윤수아를 체포하지 못했다. 단 몇 분 차이로 범인을 손아귀에 넣지 못한 경찰들은 허탈함만 가득했고, 자기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윤수아를 본 김윤정의 어머니는 억울함이 한꺼번에 터져나와 오열하고 말았다. 서형준 살인혐의로 윤수아를 체포하는 반전이 이어졌지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해당 사건은 찝찝함으로 가득했다.

순수한 영혼의 안타까운 희생은 사회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건에 공소시효법이 개정됐고, 미제 사건을 전담하는 팀이 구성되는 성과도 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미궁 속 인물인 이재한(조진웅)과의 공조 수사도 가속도가 붙었다.  



김원석 감독은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을 것이다. 출연진의 콤비플레이도 사이다스러운 것이다"고 밝혔다. 현실의 울분을 담은 고구마에는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무전기가 급체한 속을 뚫어내는 해결책이다. 무전기는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는다.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의 메시지가 깃들어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판타지의 요소가 가미됐지만, '시그널'은 허구적인 상황을 마련해 지극히 현실적인 울림의 폭을 배가하고 있다. 

최고의 미제사건인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을 맡은 전담팀은 증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때 구원의 손길이 닿았고, 박해영은 1989년 당시 순경인 이재한과 소통하며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이재한은 숨이 끊어져가는 피해자를 찾아 목숨을 구했고, 7차 사건이 미수로 그치는 기현상이 벌어지며, 현재의 박해영을 놀라게 했다. 발빠른 대처로 과거를 바꿨고, 상호작용으로 미래가 변하는 차이를 만들어 냈다. 이는 이재한과 박해영이 협력의 끈을 더욱 공고히 하는 지점이 될 전망이다.  

김혜수가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놀랍다. 여러 사건이 나오며 시의적인 측면도 적절하다. '이런 소재를 방송으로도 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한대로, '시그널'은 굵직한 이야기를 배치하며 중심 토대를 세웠다. 

암운이 드리워졌던 전담팀에 등장한 무전기는 서광을 비추는, 수사력을 강화하는 요소다. 하지만 사건 자체가 쉽사리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점치긴 어렵다. 답답한 상황을 더욱 진득하게 할 감자를 쥔 세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차수현(김혜수), 박해영, 이재한 못지 않게 머리를 세운 김범주(장현성)는 지켜봐야 할 요주의 인물이다. 전담팀의 신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김범주는 '잘못된 방향으로 수사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없다. 이전에 저지른 과오에 대한 청산 의지가 없다. 

수사과장에 오른 김범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미제 사건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게 하고 싶고, 그렇기에 방해 공작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주변인인 안치수(정해균)도 빼놓을 수 없다. 안치수는 어느날 사라진 이재한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까지 김윤정 살인사건의 수사를 허용하면서도, 김범주와 함께 잘못된 과거를 숨기는 등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심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차수현은 올곧았던 '자신의 배트맨' 이재한을 흠모했었고, 여전히 그리워한다. 박해영도 무전기를 연결고리로 이재한과 닿아 있다. '숨기려는 자' 김범주와 안치수에 대항하는 차수현과 박해영의 대립 구도는 흥미로울 것이다.  

drogba@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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