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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김인권을 뭉클하게 했던 세 번의 순간 (인터뷰)

기사입력 2015.12.28 13:20 / 기사수정 2015.12.28 14:2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김인권이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로 돌아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말라야'에서 김인권은 행동파 원정대원 박정복으로 등장해 동료를 구하기 위한 대가 없는 여정을 펼치며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고생한 작품이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던 김인권의 바람처럼, 영화는 지난 16일 개봉 이후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히말라야' 개봉을 하루 앞둔 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김인권을 만났다.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7~8개월을 '히말라야'와 함께 했다"고 운을 뗀 김인권은 "본격적인 산악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매번 새로운 환경이었다. 나 역시 이렇게 긴 준비기간 동안 많은 훈련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이었다. 실화에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고인에 대한 조심스러움 등이 섞여 '이건 도저히 내가 닿을 수 없는 지점이다'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 김인권이 연기한 박정복은 실제 에베레스트 등반 중 동료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故 백준호 대원을 모티브로 했다.

그러다 극 중 박정복이 '계산 복잡하게 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처럼, '이 역할을 한 번 소화해보자'는 생각의 전환이 왔다.

김인권은 "내적으로는 히말라야에 대한 이야기와 그 곳을 가는 산악인들의 마음, 외적으로는 윤제균 감독님의 말을 들으면서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 분의 위대한 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촬영을 마치기까지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김인권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산악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탁' 오지 않았는데, 작품을 찍으면서 산악훈련도 받고 하다 보니 새로운 경험이 되면서 오히려 이해가 더 잘 됐다. 정말 아무나 산을 좋아할 수도 없고 산의 선택을 받은 자만이 히말라야 같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또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의 깊이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실화다 보니 고인이 되신 분들에 대한 예의나 조심스러움에 조마조마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네팔 히말라야와 프랑스 몽블랑, 강원도 영월과 경기도 양주 세트장을 오가며 황정민, 정우, 조성하, 라미란, 이해영, 전배수 등 출연진은 물론, 스태프와 동고동락했다. 여느 곳과는 확연히 달랐던 촬영 현장이었다.

실제 히말라야에서는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 상태에 고생도 했다. 김인권은 "히말라야에 정말 압도가 되더라. 고산병도 오고, 불면증도 겪었다. 정말 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촬영을 6개월 동안 했지만, 히말라야의 열흘과 몽블랑에서의 2주는 정말이지 길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때 힘이 돼 준 것 역시 동료들이었다. 그는 "두통 때문에 고생하면서 잠을 자다가 '아침인가' 하고 깨보면 딱 한 시간이 지나있다. 몽블랑에서는 전배수 선배님이 말동무가 돼주셨는데, 그 때 진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조용히 생각에 잠긴 김인권은 "세 번 정도 울컥하는 감정이 왔던 것 같다"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설경을 보면서 걷던 그는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무엇을 목표로 향해 아등바등 뛰는 거지' 생각에 잠겼다. 김인권은 "내 목표가 굉장히 작게 느껴졌다. 건강하게, 대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이지 않나. 그 때 한 번 울컥했었다"고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고산병을 겪었을 때였다. 김인권은 "촬영을 하면서 목표 지점에 올라갔는데, 고산병이 온 거다. 눈과 귀가 먹먹하고 두통에 오한이 오는데, 황정민 선배님이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주셨다. 그 노래를 듣는데 뭔가 마음이 울컥해서, 초콜릿만 먹는 척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몽블랑의 대자연을 보면서도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몽블랑의 성당에 가서 앉아있는데 도시에 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더라"고 말한 김인권은 "배우로서, 또 가장으로서 살고 있는 내 모습이 대자연과 함께 겹쳐졌다"고 설명했다.

뒤돌아보니 이제는 그렇게 힘들었던 것도 '히말라야'였기에 겪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김인권은 "세월이 지나도 영화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한 것은 계속 얘기가 나올 것 같다. '히말라야'에 함께 했다는 것은 어디에 가서든 끈이 돼 주지 않을까"라며 미소를 보였다.

'히말라야'와 함께 한 시간들을 돌이켜 본 김인권은 '사람'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부분이 가장 컸다고 했다. 그는 "이성적인 생각도 제대로 들지 않고 감성적으로 빠지기도 하고, 그런 상황들을 겪어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 히말라야에서만큼은 인간 김인권이 리셋(Reset)되는 느낌이었다"면서 "정확하게 구분은 못 하더라도, 히말라야를 다녀온 전후로 어느 부분은 좀 달라진 게 있지 않을까"라고 평했다.


김인권은 '히말라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으로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순수함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꼽았다.

"'히말라야'는 산악영화가 아닌 사람영화라고 생각한다. 요즘이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정말 로프 하나로 생과 사가 연결된 공동운명체 같은, 사람과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그런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라며 "복잡하게 계산하지 말고 오셔서 보신다면 진한 무언가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 자부심이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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