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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두환 3주기, 88둥이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법

기사입력 2015.12.21 06:50 / 기사수정 2015.12.21 06:50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고맙지. 아들이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올해로 3년째를 맞는 행사다. 1988년생 선수들이 뭉친 이른바 '88둥이'들이 故 이두환 선수를 기억하기 위해 또 한 번 뭉쳤다.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두환아, 사랑 愛' 일일호프' 행사에서 약 스무명의 선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선수들은 가슴팍에 이니셜 'D.H'가 새겨져있는 파란 후드를 챙겨입고 대문에서부터 손님들을 맞았다. 이제 경험이 쌓인 덕분에 노하우도 생겼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손님들에 하나하나 번호표를 나눠주고, '1시간' 텀으로 테이블을 모두 교체했다. 직접 테이블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고, 양손에 음식을 가득 들고 서빙을 했다. 쉴새 없이 몰려드는 팬들 하나하나와 모두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줬다. 

2006년 쿠바 청소년야구대표팀으로 이어진 인연에서 시작된 행사다. 이두환은 고교 시절이던 이 대회에서 대표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차세대 거포로 주목받았다. 2007년 신인드래프트로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퇴골두육종'이라 불리는 뼈암을 선고받고 다리를 절단하며 투병생활을 한 끝에 2012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 이광남 씨에겐 모든 게 아직도 생생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자리도 발걸음 하기가 누구보다 어려웠다. "올해 처음으로 왔다"며 말문을 뗀 이광남 씨는 "자식은 가슴에 묻는 거라지만, 항상 제 생각에서는 떠나지 않는다. 야구만 봐도 생각난다. 이런 자리도 아들 생각이 나서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가슴아파했다.

하지만 어려운 발걸음을 가능하게 한 건 역시 88둥이들이었다. 이광남씨는 "이 행사도 올해까지만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애들이 '아버지는 빠지세요. 우리끼리 할게요'라고 하더라.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라며 "이 자리도 안 올 자린데 와서 보라고 해서 왔다. 나는 해준 게 없는데 매번 안부를 전해주고 챙겨주며 워낙 신경써주니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맘 깊이 고마워하고 있다. 아들이 좋은 친구를 만났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올해 행사의 주축을 맡은 김광현은 시작부터 자리를 지켰다. 그는 "작년에는 제가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바빠서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는 (양)현종이도 결혼식에 시상식에 바빠서 제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려고 했다"며 "한해 한해 지나면서 잊혀지는 거 같아서 아쉽다. 다음에는 더 큰 장소를 섭외하는 데 성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전했다. 

사실 그간 주축이 돼서 행사를 진행해온 양현종은 이날 본래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여행으로 바로 다음날인 21일에 출국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사시작 한시간 반 가량이 지나서 일일호프를 깜짝 방문했다. 모든 친구들도 이 사실을 몰랐던 탓에 놀라움 섞인 구박과 구타(?)가 이어졌다. 양현종은 "사실 나도 오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일년에 한 번 있는 일이니 아내가 기꺼이 다녀오라고 하더라.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바로 올라왔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한 행사이니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라고 웃어보였다.

이 일일호프를 통해 모인 수익금은 암 환우의 치료비를 위해 사용된다. 故 이두환과 비슷한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의 이름으로 돕고자 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행사를 마친 88둥이들은 다음날인 21일 오전에 다시 모여 이두환이 잠들어있는 벽제 납골당으로 향할 예정이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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