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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편견 깨면 보인다’...‘한밤개’, 자폐소년의 감동 성장담

기사입력 2015.12.16 09:08 / 기사수정 2015.12.16 09:59

▲ 한밤개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누군가를 보통 사람의 잣대로 규정짓는 건 위험한 일이다. '보통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다수의 눈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객관적인 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역시 이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수’가 보는 크리스토퍼는 단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자폐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크리스토퍼는 다수의 편견까지 깨게 만드는, 어떤 어른보다 특별하고 누구보다 똑똑한 아이다.

공연 프로듀서 겸 배우 김수로의 14번째 프로젝트 연극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열다섯 자폐 소년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독특하게 그려냈다. 연극은 영국의 소도시 스윈던의 주택가에서 개 웰링턴이 삼지창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으로 시작된다. 자폐증을 앓는 크리스토퍼는 친구였던 웰링턴의 죽음을 가장 먼저 발견, 범인을 찾고자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제목처럼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가 펼쳐질 거라고 예상하면 오산이다. 단순히 범인을 찾아나서는 호기심 많은 자폐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된 뒤 자신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한 소년의 성장담이 주된 내용이다.

작품은 줄곧 크리스토퍼의 시선에서 움직인다. 모든 나라의 수도와 소수를 꿰고 있고, 거짓말을 못하고, 기차 창 밖에 스쳐가는 풍경도 부지런히 살펴본다. 존재하지 않는 일을 걱정하는 일 따윈 안하는 똑똑한 아이이기도 하다.

웰링턴의 죽음을 추리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줄 알았던 엄마가 런던에 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토퍼는 혼자 런던으로 향한다. 연약한 15세 자폐소년에게 런던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착하고 나서도 순탄치 않다. 그러나 누구보다 용감한 크리스토퍼는 어느새 스스로 성장해 나간다. 웰링턴 죽음의 미스터리도 풀고 엄마도 찾고, 아빠와도 화해하고 A레벨 수학시험에서 A스타도 받는다. 제대로 된 정원과 개인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에서 시금치와 강낭콩을 돌보고, 대학에 가고 1등급 명예학생이 되고 과학자가 되는 목표까지 세운다. 말미 크리스토퍼는 ‘그건 내가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라고 묻는다. 크리스토퍼의 성장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라면 아마도 그에 대한 대답은 쉽게 나올 터다.

인터미션을 포함한 총 공연 시간은 165분이다. 꽤 길지만,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진다.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는 크리스토퍼에 숨죽여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가장 인상 깊은 건 입체적인 무대 효과다. 크리스토퍼가 상상하는 우주부터 지하철, 기차, 지하실로 가는 계단, 기계, 수학 풀이 등 모든 것들은 조명과 홀로그램, 배우들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된다.

크리스토퍼 역할의 전성우는 표현이 만만치 않은 열다섯 자폐 소년을 이질감 없이 연기한다. 쉽지 않은 연기인데도 표정과 제스처, 대사톤까지 어색하지 않다. 165분 동안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며 많은 대사량을 소화함에도 크리스토퍼의 내면을 생동감 있게 따라가며 작품의 밀도를 높인다.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165분. 만 7세 이상. 문의: 1577-3363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한밤 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한밤개)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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