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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스파이럴 캣츠 '타샤' 오고은의 케리건, 그리고 '프로 코스프레'

기사입력 2015.12.15 00:29 / 기사수정 2015.12.15 00:35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코스프레'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코스춤 플레이(Costume Play)의 일본식 줄임말인 코스프레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의상이나 소품을 만들어 입는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 취미로 즐기던 코스프레는 게임 산업의 발전과 함께 취미의 영역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의 게임 시장 발전과 더불어 게임 홍보 및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은 코스프레는 이제 한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고,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 코스프레를 선언한 팀도 있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코스프레 팀으로 '스파이럴 캣츠'를 꼽을 수 있다. '타샤' 오고은과 '도레미' 이혜민이 메인으로 활동하는 스파이럴 캣츠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실바나스 윈드러너'와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사라 캐리건'등의 캐릭터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게임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코스프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연히 스파이럴 캣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특히 최근 스타크래프트2의 마지막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출시로 스타크래프트 내 등장인물인 케리건이 다시 주목받으며 과거 스파이럴 캣츠의 캐리건 코스프레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코스프레를 준비한 걸까.

최근 지스타 이후 문명 온라인 코스프레를 마친 스파이럴 캣츠의 팀장 '타샤' 오고은과 함께 프로 코스프레 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스파이럴 캣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스파이럴 캣츠는 한국에서 활동 중인 프로 코스프레 팀이다. 프로 선언을 하기 전인 2012년 전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주로 했다면, 프로 선언 이후에는 게임 코스프레를 주로 다루고 있다.

현재 팀장인 나와 팀원인 '도레미' 이혜민 둘이 메인으로 활동하며, 작품에 따라 도움을 주는 객원 맴버와 스텝까지 약 9-10명이 한 팀으로 활동한다. 보통 나와 (이)혜민이가 모델로 활동하고 의상은 내가, 가발은 혜민이가 맡고 소품은 같이 제작한다.

이전까지 어떤 게임의 코스프레를 진행했는지.

한국에서 인기 있는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관련 코스프레를 진행했다. 이 게임 이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도타2 외 많은 게임의 코스프레를 맡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코스프레 작품이 있다면.

역시 스타크래프트2의 케리건 코스프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금까지 진행한 코스프레 중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갔다. 그리고 케리건 코스프레로 스파이럴 캣츠라는 이름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 출시 전 블리자드에서 먼저 케리건 코스프레 제의를 했다. 케리건 코스프레 제작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제의를 준 블리자드도 반신반의 한 상태였다. 제의를 받은 우리도 케리건 코스프레를 진행할지 여부를 한참 고민했고, 결국 마감 2주 전에 케리건 코스프레 진행을 결정했다.





케리건 코스프레는 어떤 순서로 진행했나.

블리자드에서 케리건 코스프레 의뢰를 받고 난 이후 작업 진행을 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부터 게임을 계속 즐겨봤다. 코스프레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닌 내가 그 캐릭터가 되는 것이니만큼 겉으로 드러난 외모 외에도 그 인물의 내면까지 읽어내야 했다. 저그의 칼날 여왕 복장을 하고 방긋방긋 웃으면 코스프레의 의미가 없다. 칼날 여왕, 그리고 사라 케리건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계속 연구했고, 군단의 심장 프로모션 동영상도 수백 번 다시 봤다.

그리고나서 누가 케리건을 할 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복장과 소품을 제작할지 회의를 진행했다. 케리건 코스프레는 내가 진행하기로 결정이 난 이후 빠르게 작업에 들어갔다. 고민이 긴 만큼 결정 이후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케리건 코스프레를 준비했다.

인간 사라 캐리건이면 몰라도, 칼날 여왕 케리건 준비는 만만치 않았을 거 같다.

회의 단계에서도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회의 전에도 그냥 못하겠다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팀원 모두 힘든 작업이지만, 그만큼 스파이럴 캣츠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데 동의했다. 그야말로 열정만 가지고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웃음).

케리건 코스프레에는 핫 폼이라는 재료를 많이 사용했다. 헐리우드에서도 특수분장에 사용되는 재료다. 다른 것 보다 가볍다는 장점이 있어 핫 폼을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모습을 만드는 과정에서 뜨거워지기 때문에 내 얼굴을 본뜬 석고상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의상도 핫 폼을 주로 이용했다. 핫 폼을 사용하기 위해 석고상을 만들고, 석고상에 유토라는 재료를 사용해 형태를 만들었는데, 이 유토를 나중에 다시 떼어내는 과정에서 다친 팀원도 있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게다가 핫 폼을 사용하려면 큰 가마에 한 번 쪄내야 한다. 이 과정이 거의 하루가 걸리는데다가 이 과정에서 작업품이 뒤틀리거나 깨지면 여태까지 노력이 전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케리건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군단의 심장 출시 행사일 사흘 전에야 작업물이 가마에 들어갔고, 팀원 모두 하늘에 운을 맡기고 그간 부족한 잠을 자러 갔다. 작업품이 잘 구워져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기뻤지만 여전히 시간은 부족했고, 결국 행사 다섯 시간 전에야 최종 작업이 마무리됐다.





군단의 심장 행사날 공개한 케리건 코스프레 반응은 어떻던가.

다들 케리건 코스프레를 보고 놀라더라. 심지어 코스프레를 의뢰한 블리자드도 이 정도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제 케리건 코스프레를 처음 보자 모두 일어서서 박수 쳐주더라. 현장에서 본 관객들도 전부 마음에 들어하셨던 거 같다. 의상도 의상이지만, 칼날 여왕 케리건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 의상을 제작하는 동안에도 계속 케리건에 관련된 자료를 보고 표정이나 포즈를 연구했다.

자유의 날개 케리건과 군단의 심장에 나오는 케리건은 전혀 다른 캐릭터다. 두 작품을 거치며 케리건은 변화했고,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공허의 유산에서 다시 등장한 케리건을 보고 나도 놀랐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역시 케리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공허의 유산 엔딩을 보고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케리건 코스프레를 진행하고 싶다.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케리건 외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밴시 여왕 실바나스 코스프레도 진행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그리고 하스스톤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실바나스 윈드러너다. 실바나스는 정말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고, 블리자드에서도 내 이야기를 듣고 허락해서 실바나스 코스프레도 진행할 수 있었다. 같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알렉스트라자 코스프레와 더불어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다.

실바나스는 윈드러너 삼남매 중 가장 슬픈 운명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언데드 밴시 여왕이지만 내면 깊숙히는 예전 순찰대장 시절의 그의 모습이 남아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실바나스 코스프레를 진행할 때에도 공포보다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 느껴졌던 거 같다. 최근 하스스톤을 많이 즐기는데, 가능하면 꼭 실바나스 카드를 덱에 넣으려고 할 정도다.

하스스톤 전설 등급을 찍겠다고 이야기했고, 전설 도전기 만화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들 힘들어 하는 5등급의 벽을 넘기 힘들더라. 그리고 11월에는 일정이 많아서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는데, 연말에 잠시 짬이 나면 새로 나온 확장팩인 탐험가 연맹부터 해 볼 생각이다.





최근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한 것으로 들었다.

아마 이 인터뷰가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방영될 예정인 퀴즈 프로그램 1대 100에도 나갔다. 나와 혜민이는 코스프레를 하고 방송에 나갔는데, 같이 방송에 출연한 박나래 씨와 김태원 씨가 나와 혜민이를 보고 정말 신기해하더라. 박나래 씨가 자신이 코스프레 하기에 어떤 캐릭터가 어울리겠냐고 궁금해했다. 내가 보기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뽀삐가 잘 어울릴 거 같다. 물론 리메이크 후 뽀삐 이야기다(웃음). 그래도 방송 출연으로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기분이 좋았다.

코스프레를 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을 텐데.

아마추어 시절에는 작품 완성도 보다는 내가 어떤 코스프레를 하고 싶은지에 더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프로 전향 이후에는 작품 완성도까지 고려해서 코스프레를 진행해야 하기에 내가 애착이 있다고 무작정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바라보는 만큼 조심해야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이니만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드는 것도 힘든 일 중 하나다.

그래도 코스프레는 충분히 보람있는 일이다. 많은 분이 프로 코스프레 팀에 대해 관심을 보이시기도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프로 코스프레 역시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일은 많이 다르다. 충분히 고민해보고 도전해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파이럴 캣츠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코스프레에 자신이 있다면 언제나 와보시길 바란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스프레가 점점 많은 분에게 알려지며 스파이럴 캣츠도 많은 분이 알아주신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코스프레를 보이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멋진 코스프레를 준비해서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스파이럴 캣츠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언제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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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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