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11.23 10:15 / 기사수정 2015.11.23 10:36
그는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아내 강일주(차예련 분)에 대한 삐뚤어진 사랑을 표출하는 권무혁을 연기하고 있다. 착한 외모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꺼내놓으면서 반전 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번 악역으로 큰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얼떨떨해하면서도 즐거워했다. 남다른 인기로 많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권무혁의 만행이 너무 도드라지게 보이니까 그 부분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주위에서 아는 분들 중에서는 무섭다는 반응이 제일 많아요, 네가 하니까 다르다, 재밌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아주 즐기고 있어요.(웃음) 그동안 비슷한 역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극중 무혁은 일주가 형우(주상욱)와 결혼할 뻔한 사실을 알고 질투심에 사로잡혀 강일주를 성폭행하려고 하는가 하면, 형우를 살해할 계획을 꾸몄다. 무혁이 더욱 섬뜩한 건 뻔하게 수가 보이는 악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 얼굴과 말투 뒤에 집요함이 있고 광기가 서려있다. 김호진 역시 단순한 악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로 표출하려고 했다. 덕분에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로 자림매김했다.
“김호진이 가진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지 않느냐고 김상협 감독이 말하더라고요. 배우로서도 즐겁지 않겠느냐고. 다른 캐릭터보다 기대도 많이 되고 편안하게 다가가게 되더라고요. 저는 집착도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집착과 광기까지 그동안의 캐릭터와 표현 방식을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죠. 나쁘기만 한 게 아니라 선함 속 우리가 몰랐던 매력을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너무 닫혀 있는 성격으로 가면 재미없을 것 같았어요.”
흔히 생각하는 사이코패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감정선을 섬세하게 조율해야했다. 과하지 않게 섬뜩함을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가장 먼저 고심한 부분이었다.
“너무 한 번에 발휘되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고 자칫 다른 길로 갈 수 있으니 완화해서 찍으려 했어요. 일부러 눈빛을 강하게 하지 않아도 무서움과 섬뜩함을 전달할 수 있는 게 권무혁의 매력이에요. 옷 냄새를 맡는 신들은 잘못하면 다른 쪽으로 갈 수도 있을텐데 완화했기 때문에 식상한 캐릭터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불과 얼마 전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 특별출연해 보육원 아이들의 천사 원장 아빠 금원장을 연기했다. 이후 ‘화려한 유혹’에서 180도 돌변, 소름 돋는 악역으로 파격 변신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큰 관심을 받았다. 그는 연기하는 게 즐겁다는 말을 자주 했다.
“감독님이 처음 이 역할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이 인식하지 않은 새 캐릭터였으면 한다고 했는데 계산이 맞지 않았나 싶어요. 그전에도 ‘노란손수건’, ‘세상끝까지’ 등 악행을 저지르는 역할을 많이 했었지만, 그동안 착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해 와서 어느 순간 다른 역할에 욕심이 났어요. 모험을 하는 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권무혁 역할이 새롭고 재밌어요. 배우로서 연기하기 즐겁고요. 섬뜩한 캐릭터인만큼 무혁이 끝까지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돼요."
김호진은 벌써 데뷔 25년차를 맞았다.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고, 어느덧 중년 배우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쉼 없이 달리다보니 권무혁이란 강렬한 캐릭터를 만났고,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매력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악역만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농담에 “그럼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오랜 시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제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즐거워요. 대본에 권무혁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려지고 시청자 반응도 기다려져요. 데뷔 25년차로서 꿈이 있다면 배우로 죽고 싶다는 거예요. 배우로 일하는 현장이 제일 좋아요. 인간 김호진이 가장 행복할 땐 배우일 때인 것 같아요. 한 해 한 해 배우로서 연기할 수 있는 시간을 길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갖춰나가고 싶네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핑크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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