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프리미어 12다. 큰 관문을 넘어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지만, 경기 외적으로 남는 찜찜함은 지울 수 없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SBC 프리미어 12 일본 대표팀과의 4강전에서 4-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서 '도쿄대첩'의 역사는 이어졌고, 한국은 어려운 상황 속 대회 우승까지 바라보게 됐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일본이 차려놓은 밥상에 한국이 숟가락을 올린 결과다. 하지만 분명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WSB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와 일본이 손 맞잡고 치른 이번 프리미어 12 첫 대회는 시작부터 '프리미어 일본'이었다. 일본을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잘 짜여진 시나리오와 다름 없었다.
시작부터 일정이 불리했다. 개막전이 열리는 삿포로돔은 일본 선발로 예정됐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홈구장이다. 게다가 선수들은 일본에 경기 이틀 전 입국하고도 축구경기가 예정돼있다는 이유로 미리 그라운드 한 번 밟아보지 못했다. 대신 니혼햄 실내연습장에서 경기감각을 체크했고, 당일 실제 경기장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뻣뻣한 인조잔디와 넓은 파울존에 에러가 속출했다.
주먹구구식 운영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에서 한 경기만을 치른 뒤 대만으로 이동해 남은 예선 4경기를 치렀다. 밤경기와 낮경기가 연달아 붙어있는 바람에 체력 소모는 배가 됐다. 베일에 쌓여 있던 8강전 경기 장소와 시간은 하루 전날에야 전해졌고, 그마저도 경기장에 불이나는 촌극이 발생하면서 2시간 가량의 이동시간이 추가됐다. 이어 16일 4강진출을 확정한 뒤에는 다시 대회의 '흥행'을 위해 부랴부랴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본이 준결승에 진출하게 되면 19일로 날짜를 조정하기로 사전 합의됐다는 사실은 이 때 알려졌다.
여러 사정을 앞뒤로 두고 한국대표팀은 잘 싸웠다. 코칭스태프는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 운용의 미를 발휘했고, 선수들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부상을 이겨내는 투혼을 보여줬다. 하지만 일본의 노골적인 우승 야욕에 끌려가는듯한 모양새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 '메이저리그 하나 없는 대회에 너무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KBO의 입장도 난감하다. 어쨌든 이번 프리미어 12의 장기적인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를 공식종목으로 복귀시키는 것이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회의 흥행과 함께 수익은 필수적이고, 어느정도 협조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KBO 관계자는 "개최지가 대만과 일본이다 보니 흥행을 위해 개최지에 베풀어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도 최대한 공정하게 하고 불편한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기 위해 선수단 이동시 별도 수속 창구를 마련한 것, 선수단 체력보호 차원에서 대만에서는 선수단에 제공되는 숙소 중 가장 최고급으로 배정받았던 것이 대표적 사례. 이 관계자는 "WBC 역시 초대 대회에서는 잡음이 있었다. 계속 대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이번 대회 문제점을 통해 개선할 점을 우리도 계속 요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국제 대회치고 엉성하다. 권위있는 대회라고 하기에는 상식선을 벗어났다. 첫 해라고 하더라도 분명 미숙한 부분이 많다"라며 "마치고 나서 우리도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2회 대회에서 수정하고 보완할 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현실론에 입각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그는 "올림픽 진입을 위해 NPB가 주도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만한 재력과 힘이 없다. 혹시 참여하지 않았을 때 생길 차후 불이익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다. 결국 우리가 힘을 키워야 한다. 야구의 국제화에 눈을 돌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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