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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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비하인드] '농담반 진담반' 김태형 감독의 웃음리더십

기사입력 2015.11.03 06:30 / 기사수정 2015.11.03 06:30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병헌아. 넌 왜이렇게 자꾸 타석에서 나를 힐끔힐끔 보냐?"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던 지난 19일, 두산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더그아웃에 김태형 감독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 시작까지는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던 상황. 와글와글 법석이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그러자 김태형 감독은 공연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던 민병헌을 저격했다. "왜 투수가 공 한 번 던질때마다 꼭 내 눈치를 보냐"는 타박에 다른 선수들도 킬킬대기 시작했다.

민병헌의 변명은 이랬다. 전날 치른 1차전에는 유독 자신의 앞에서 워낙 찬스가 많이 차려졌다. 총 5번 들어선 타석 중 주자가 득점권에 있었던 것만 세 번, 게다가 그 모두 노아웃 혹은 원아웃이었다. 희생번트가 히트앤런 등의 작전 사인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 더그아웃을 돌아보는 건 3번 타자의 숙명이었다.

그러자 사방에서 타박이 쏟아졌다. "넌 내 스타일 모르냐"는 김태형 감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감독님 스타일 알잖아. 그냥 강공"이라는 선수들의 훈수가 메아리를 쳤다. 실제로 스몰볼 작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1회 무사 주자 1,3루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고, 7회 1사 주자 1,2루에서는 스리런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9회 무사 주자 1,2루 상황에서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멀티홈런으로 4타점을 쓸어담으며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된 것도 물론이다.

"그래도 혹시 팀배팅 사인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결국 민병헌의 얼굴에도 뻘쭘한 웃음이 번졌다. 어느덧 다섯번째 치르는 포스트시즌인 만큼,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선수라면 어쩔 수없이 움츠러드는 상황, 하지만 김태형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짖궂게 몰아갔다. "어떻게 쳐다볼 때마다 매번 강공이라고 사인을 내줘야 되냐, 니가 애기야?" 결국 선수들 사이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항상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감독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런 모습을 선수들에게는 안 보이려고 정말 노력했다. 선수들이 긴장하면 제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밝은 분위기로 하라고 주문했다. 본인들끼리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해서 잘하더라."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뒤, 김태형감독은 특별히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이 있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선수를 긴장시키지 않으려 자신의 긴장 또한 농담으로 승화했다. 여기에 '웃음리더십'이 있었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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