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국가대항전을 앞두고 시작부터 분위가 뒤숭숭하다.
'프리미어 12'는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WSBC)가 주최하는 국제야구대회다. 올해 일본야구기구(NPB)와 공동 주최하는 초대 대회를 시작으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2회 대회는 올림픽 예선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WSBC랭킹 상위 12개 팀이 출전하며, 메이저리그가 주관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아성에 도전한다.
대회 개최가 확정된 건 1월이었다. 하지만 검증된 메이저대회 아니고, 병역 혜택이 걸려있지도 않은 만큼 참여도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지적돼왔다. 10구단 144경기 체제로 빡빡해진 일정도 한 몫 했다. 그리고 10월, 대회가 임박해서는 예상했던 문제는 물론 예상치 못했던 문제까지 대표팀에 드리웠다.
▲ 투수도 없고
삼성 라이온즈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이 시작이었다. 지난 25일 발표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투수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의 이름은 없었다. 아직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 거론되는 선수들 역시 혐의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은 의혹만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는 판단 하에 논란의 싹을 잘랐다.
불똥은 국가대표팀으로 튀었다. 마침 이 셋 모두가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 최종 엔트리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소속팀 합숙소에서도 짐을 뺀 선수들을태극마크를 단 한국 대표로 쓰는 건 더욱이 불가능했다. 선발, 중간, 마무리 각각의 자리에서 핵심 전력이었던 세 선수는 자연스레 국가대표팀에서도 제외됐다.
가뜩이나 투수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었다. 3인의 제외는 엄청난 전력 손실이었다. 급히 대체 선수로 장원준(두산), 심창민(삼성),임창민(NC)를 선발하기는 했지만, 중량감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는 피할 수 없다. 김인식 감독도 "악재가 끼어드니 사실 투수 부문에서는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 체력도 없고
이번 대표팀은 투수 13명과 야수 15명 총 28명으로 구성돼있다. 그 중 두산이 7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삼성(4명), 롯데(4명), NC(3명), 넥센(2명), SK(2명), 한화(2명), LG(1명), kt(1명) 순이다. 그 외 일본리그 2명도 포함됐다.
총 전력의 25%를 두산이 차지하는 상태다. 선발 장원준, 마무리 이현승, 포수 양의지, 2루수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외야수 민병헌과 김현수까지 총 7명의 선수가 포지션마다 골고루 포진돼있다.
문제는 이 25%가 지친 채로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것이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 플레이오프 5경기, 한국시리즈 최소 4 최대 7경기를 다 치르고 나면 프리미어 12 일정은 바로 이어진다. 3일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4,5일 있을 쿠바와의 평가전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6일 일본으로 출국하기까지 휴식일은 이틀에 그친다. 프리미어 12 일정은 최대 22일까지 이어진다. 3월부터 11월까지 약 170경기라는 장기 레이스를 달리게 되는 셈이다. 지칠대로 지친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 시간도 없고
삼성으로까지 확대하면 비중은 더 커진다. 대표팀에서 두산과 삼성 소속 선수들을 합치면 총 11명. 이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일본 시리즈를 치르는 이대호(소프트뱅크)까지 합치면 총 12명이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 역시 "총 인원 28명에서 12명이 빠져있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 가지고 훈련을 하기 어렵다"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마련한 게 '상비군 제도'였다. 대표팀 소집 기간 중 포스트시즌이 진행되면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공백이 생겼고, 사실상 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과 함께 청백전 등 실전 감각을 올릴 예정이었다.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기에서 차출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섰다.
하지만 큰 소용은 없었다. 상비군을 모두 활용해도 포지션 별로 머릿수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엔트리의 모든 선수들이 있어야 제대로된 훈련도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바로 합류한다고 해도 4일, 대표팀은 6일 출국해 7일 하루 공식 훈련을 한 뒤 8일 바로 일본과의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짧게는 하루, 길게 봐도 사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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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