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인천, 조희찬 기자] 맞춰 입은 노란 티셔츠, 줄무늬 양말을 신고 옹기종기 모여있던 사람들. 선수들이 티박스에 들어서자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갤러리들의 시선을 단숨에 뺏은 이들은 자신들을 '페네틱스(열광팬)'로 소개했다.
8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에서 PGA 투어 2015 프레지던츠컵에서 첫날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제1 경기인 아담 스콧-마쓰야마 조와 J.B 홈즈-버바 왓슨 조가 티박스에 들어서자 뒤편 응원석에서 요란한 응원가가 들려왔다.
미소를 머금은 스콧은 익숙하다는 듯 손을 흔들어 보이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그들에게 화답했다.
제2 경기 출전 선수인 루이스 우스투이젠-브렌든 그레이스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자 응원가는 이어졌다. 야구장 응원석에서 흘러나오는 타자들의 응원가처럼 선수별로 각기 다른 응원가가 흘러 나오는 익숙한 광경이 골프장에서 펼쳐졌다. 대니 리의 주제가는 비틀즈의 'Let it be'였다.
신나는 노래에 분위기가 한 것 고조되자, 옆에 있던 갤러리들도 응원에 동참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재미있다는 듯 그들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 흥이 가시지 않은 듯,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음 홀로 이동 중인 그들을 붙잡아 대화를 나눠봤다.
'리더'라고 자칭한 데이빗 브루스 씨는 자신들을 '페네틱스(Fanatics)'라고 소개했다. 브루스 씨는 "광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해서 페네틱스다. 우리는 호주, 남아공, 영국에서 모여 선수들을 응원하는 평범한 서포트 그룹이다. 럭비, 테니스, 골프 등 호주 선수가 있는 곳이라면 전세계 어디든 따라간다"며 "모두 자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브루스 씨는 "그룹 결성은 약 20년 전 한 테니스 대회때부터 시작됐다. 프레지던츠컵은 2011년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을 따라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약 8만명의 회원이 있고 이번엔 20명 정도가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수별로 육성으로 재생된 주제가에 대해 브루스 씨는 "노래는 어제 급조했다. 대니 리는 비틀즈의 'Let it be'에서 대니 리의 이름을 집어 넣었다. 레시먼은 'W 스콧처럼 단골손님은 이미 노래가 준비돼 있었고, 대니 리, 배상문 등 처음 참가하는 선수들은 어제 노래를 만들었다"며 "20년 동안 하다보니 노래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다"고 웃어 보였다.
프레지던츠컵에 이제 겨우 3번째 방문이지만 알아보는 이들이 더 많다. 조용한 코스에 흥을 돋워주자 프레지던츠컵 사무국은 이번 대회부터 '페네틱스'에게 입장권을 선물했다. 브루스 씨는 "우리는 자비로 움직이다보니 예산이 모자라다. 이번 사무국의 도움으로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에겐 큰 도움이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이 환대받는 이유는 단지 열정적이어서가 아니다. 코스에선 누구보다 '매너 지킴이'다. 인터뷰를 이어가던 브루스 씨는 "미안하지만, 혹시라도 선수들에게 방해될 수 있으니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브루스 씨는 끝으로 "이번이 인터내셔널팀이 이길 적기다. 우승 가뭄을 이번엔 끝낼 수 있다"고 외치며 다음 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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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