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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마지막 군심 결승, 마음을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

기사입력 2015.10.02 13:02 / 기사수정 2015.10.02 13:13

박상진 기자

드디어 군단의 심장으로 진행되는 마지막 국내 개인리그 경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GSL 시즌2에서 정윤종에게, 스타리그 시즌3에서 김준호에게 패배하며 두 대회 연속 프로토스에게 패배하며 눈물을 보인 한지원이 한쪽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의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다. 군단의 심장 첫 GSL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그해 시즌 파이널에서 우승한 테란 이신형이 한지원을 꺾고 2014 GSL 시즌3 우승에 이어 2015 GSL 시즌3 우승자 자리를 노린다.

국내 스타2 개인리그에서 저그와 테란이 만난 것도 1년 만이다. 준우승 가도를 달리던 저그 선수를 상대하는 것도 1년 만이다. 그러나 경기의 구도는 작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그는 탄탄한 수비력에 테란의 주력 빌드인 마인과 바이오닉을 상대하는 내성까지 길러지며 저그가 테란을 압도했다. 그러나 군단 숙주 패치를 기점으로 수비형 메카닉이 재평가되며 저테전의 무게추가 다시 한 번 테란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한지원은 다르다. 비록 두 번의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모두 프로토스에게 당한 패배였다. 테란전에 있어 한지원은 전혀 다른 선수다. 수비형 매카닉의 성지라고 불리는 에코에서 한지원은 고병재를 상대로 견제형 땅굴망 전략을 사용하며 승리를 거뒀다. 한지원은 스타리그 시즌3 4강에서도 드디어 개인 리그에서 성적을 내던 전태양의 메카닉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결승 상대는 테란이다. 2연속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우승할 매우 좋은 기회를 맞았다.

이신형은 상대전적에서 한지원에게 밀린다. 그러나 이번 시즌 이신형은 상성따윈 무시하는 괴력을 보였다. 8강에서 주성욱을, 4강에서 조성주라는 벽을 넘는 게 아닌 벽을 때려 부수며 결승에 올랐다. 

이신형은 9분대 트리플 활성화 이후 폭발하는 자원력으로 공격력과 방어력 2단계 업그레이드가 끝난 바이오닉 병력과 지뢰를 이용한 견제로 상대를 흔든다. 반면 메카닉을 사용하면 화염차로 상대를 끈질기게 견제한 후 줄어든 인구수를 공중 병력으로 바꾸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이신형의 전략은 예상 범위 안에 있지만, 그걸 알고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실력으로 두 선수의 승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여기서 e스포츠 선수의 중요 능력 중 하나인 정신력 싸움으로 우승자가 결정될 거로 본다. 

한지원의 가장 큰 약점은 다름 아닌 ‘멘탈’이다. 스코어가 밀리거나, 한지원은 앞선 상태에서도 상대에게 휘둘리는 경기 이후 급격히 경기력이 나빠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두 번의 결승 모두 상대에게 스코어가 밀리기 시작하며 자신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이신형은 ‘소속팀의 해체-해외 진출-국내 복귀’라는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적을 냈다. 결승 무대도 여러 번 밟았고 수차례의 우승 경험도 있다. 기본적인 정신력에서도 이신형은 한지원에 앞서있다. 1세트나 2세트에서 한지원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의외로 이번 결승도 쉽게 끝날 수 있다.

특히 한지원은 정석대로 진행되는 경기에서는 견고하고 단단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의 예상 범위 밖의 상황이 발생하면 허무하게 무너진다. 이신형과 SK텔레콤 T1도 한지원의 이런 약점을 알고 어떻게든 초반에 한지원을 흔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지원은 스타리그 시즌3 결승과 달리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다. 바로 CJ 엔투스 권수현 코치다. 김준호와 한지원 모두 결승에서 권수현 코치를 원했기에 스타리그 결승에서 손을 놓은 권수현 코치지만, 이번 결승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한지원을 우승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CJ 엔투스 박용운 감독은 권수현 코치에 대해 경기 전 전략의 완성도와 경기 중 선수 심리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고 언급할 정도다. 

한지원은 유리한 스코어를 바탕으로 안정된 경기를 펼치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이신형은 최대한 빠르게 세트 스코어를 벌리며 한지원을 흔들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결승 3세트를 승부처로 본다. 한지원과 이신형 모두 정석을 기반으로 하는 선수고, 이런 점에서 3대 0, 혹은 2대 1로 앞서나갈 수 있는 3세트 맵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순식간에 바꾸며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누가 되든 3세트의 승자는 스코어의 우위를 통한 안정감을 얻지만 패자는 불리한 스코어로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번 결승에서 저그가 우승할지, 아니면 테란이 우승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이신형은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다져왔다. 한지원은 올해 들어 급성장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윤종을 상대로는 긴장감을, 김준호를 상대로는 멘탈 관리를 하지 못하는 성장통을 겪었다. 

누가 우승하든 이번 결승은 4대 3 스코어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누가 우승할지 예측해야 한다면 나는 성장통을 겪었지만 계속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눈물을 닦고 다시 마우스를 잡은 한지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GSL 해설위원) / 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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