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GSL 시즌3 8강 경기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가장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던 경기는 한지원과 고병재의 대결이었다.
한지원은 단단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어떤 스타일의 테란을 상대하더라도 맞춤 전략을 통해 상대를 흔드는 선수다. 한지원을 상대하는 고병재는 3년의 침묵을 깨고 메카닉 테란이 대세인 지금 자신의 장점을 살려 8강에 올랐다. 두 선수 장점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대결을 벌였기에 어떤 경기 양상이 벌어질지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 세상 누구보다 한지원은 우승에 대해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지난 GSL 시즌2 결승에 이어 어제 벌어진 스타리그 시즌3 결승에서 연달아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왕좌에 오르기에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연달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경기 당일 만난 한지원은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승을 앞둔 상황에서 GSL에 집중할 수 없던 한지원, 그러나 드높은 기세의 고병재를 격파하며 4강에 올랐다.
이날 한지원의 경기 중 단연 돋보인 경기는 바로 2세트 경기였다. 특히 기존 저그들이 땅굴망을 공격적으로, 그리고 뒤가 없는 필살기 성격이 아닌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며 경기 초반을 풀어나갔다.
한지원은 상대 제2 확장 지역에 땅굴망을 펼치며 상대를 움츠러들게 했고, 동시에 소수 바퀴로 상대 화염차가 견제를 떠날 수 없도록 묶어뒀다. 상대를 소극적으로 만든 한지원은 바로 일벌레를 충원하고, 미리 뚫어놓은 땅굴망으로 여왕을 상대 확장 지역에 보내 점막을 깔아 확장 활성화 타이밍을 계속 늦췄다.
최근 유행하는 수비형 메카닉은 빠르게 제2확장을 가져가는 것보다 화염차 견제로 시간을 만든 뒤, 병력 조합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 제2 확장을 활성화 시킨다. 한지원은 바퀴 견제와 함께 땅굴망을 통해 이동한 여왕의 점막으로 상대 트리플 활성화 시간을 늦추며 상대의 메카닉 체제 완성 속도를 늦춘 것.
확장이 늦어진 고병재는 뒤늦게 사령부를 추가했지만, 가스 채취가 늦어진 만큼 메카닉 체제 완성이 늦어졌다. 한지원은 이 틈에 무려 10가스를 채취한 후, 이 가스로 살모사를 다수 생산하여 상대 바이킹과 효과적으로 교환했다. 또한, 200 병력을 모은 후 대규모 교전을 노리던 기존 저그와 달리 상대 가스 유닛만 골라 줄여주며 고병재의 가스를 계속 소모시켰다.
또한, 남는 광물로 가시 촉수를 아낌없이 건설하여 상대 화염차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 한지원은 결국 상대에 앞서 병력 구성을 마쳤다. 이어 고병재가 제대로 잡기 전 살모사의 흑구름과 울트라리스크를 앞세워 한지원은 고병재를 격파했다.
보통 저그는 상대가 시간을 끌면 자신도 같이 확장을 따라가며 배를 불린다. 그러나 한지원은 상대의 확장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같이 따라가기보다 상대보다 앞서나가기 위해 과감한 움직임, 즉 땅굴망을 견제 용도로 사용하며 격차를 벌렸다. 이러한 격차를 이용해 한지원은 메카닉 장인 고병재를 격파한 것.
두 번의 좌절을 겪은 한지원에게 남은 것은 이번 GSL 시즌3뿐이다. 비록 어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지원은 언제나 우승할 준비가 된 선수다. 4강에서 백동준을 넘으면 결승 상대는 테란이다. 다시 한 번 자신의 약점인 정신력을 가다듬고 대회에 임한다면 그토록 그리던 첫 우승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vallen@xportsnews.com 글: 박진영(GSL 해설위원) / 정리: 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