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9.21 07:10 / 기사수정 2015.09.21 07:23
무서운(?) 인상을 감추기 위해 안경을 쓰고 다닌단다. 하지만 반갑게 인사하는 그의 얼굴에는 강한 면모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첫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카멜레온이라고 해야 할까. 카리스마가 느껴지면서도 언제라도 장난기 넘치는 사람으로 변모할 듯했다. 180도 변신이 가능한 배우 말이다. 스스로도 코믹이면 코믹, 카리스마면 카리스마, 선과 악이 모두 어울리는 배우가 싶다고 털어놓았다.
‘여왕의 꽃’에서는 전작과는 또 다른 악랄한 악역의 진수를 보여줬다. “내가 한 모든 드라마 중에 시청률이 제일 잘 나왔다. 돌아다니면 많이 알아봐 주시는데 ‘여왕의 꽃’ 덕을 많이 봤다"며 미소 지었다.
"그런 면에서도 고마운 작품이고 끝나고 나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에요. 사실 악역이 주목받기 쉬워서 어느 정도만 하면 잘한다는 말을 듣기는 쉬운데 정말 잘하기는 다른 역할처럼 어려워요. 이번에 좋은 얘기도 많이 듣기 들었는데 제가 보기엔 저게 맞나 싶었어요.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시청자의 연령층이 높은데 제가 느끼는 것보다 더 표현해야 했어요. 물론 시청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지만 어떤 접점이 있진 않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진실하게 연기하면서도 시청자에게도 잘 보여줄 수 있는 접점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말 그대로 오금이 저릿한 연기를 선보였다. 희라(김미숙 분)와 혜진(장영남)의 사주를 받고 레나(김성령)의 치부를 밝히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가 하면, 나중에는 레나와 손잡고 희라, 혜진에게 복수했다. 돈에 의해, 그리고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행을 행하는 캐릭터였다.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했다.
“50부다 보니까 나쁜 놈의 끝판왕으로 나왔어요. 작가님이 주말극임에도 스릴러같이 쓰면서 활약을 할 수밖에 없었죠. 도신이가 극에서 제일 나쁜 놈이에요. 하지만 도신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내야 했어요. 근거를 찾아내면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아까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어 눈치 볼 게 없기 때문에 죄책감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포인트를 잡았어요.”
각양각색의 역할을 매번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하는 그의 뒤에는 '다작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올해에만 '아름다운 나의 신부'부터 '프로듀사', ‘여왕의 꽃’, 그리고 '오 나의 귀신님'에 카메오까지 바쁘게 보냈다. 믿고 보는 배우라서 섭외가 잘 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아직은 아니다. '가격대비' 믿을 수 있는 배우다. 가성비가 괜찮은”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일하는 것이 익숙해요. 대학 졸업하고 공연을 시작한 뒤 쉰 기억이 없을 만큼 계속했어요. ‘고교처세왕’ 전에 ‘스캔들’과 영화를 찍고 몇 개월 쉰 게 다인 것 같아요. 그전에는 쉰 적이 없어요. (다작을 하면) 더 집중해야 하고, 그만큼 힘든 건 사실이에요. 헷갈리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도 부담은 없어요. 오히려 일하는 게 익숙해서 하지 않으면 불안해요. 배우로서 중요한 건 몸의 감각이라고 보는데 감각이 좋아야 맛깔나게 연기할 수 있거든요.”
조한철은 1998년 연극 '원룸'으로 데뷔, 오랜 시간 동안 연극계에서 활약했다. 이후 TV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감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연기 경험을 살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응용 연기 카메라 수업을 가르치는 강사이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를 경험한 베테랑 배우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겸손하다. ‘평생 배워 가는 것’이라며 연기에 대한 가치관을 밝혔다.
“연기는 사람을 연구하는 건데 사람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에요. 인물을 만날 때면 항상 어렵고 끝이 없는 것고…완성이 불가능해요. 인간에 대해 더 알고 공부할수록 연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죠. 사람은 평생 소통하는 맛에 살잖아요. 거기에서 에너지가 시작되니까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해요. 80살이 넘어도 소통하고 싶네요.”
조한철은 시종 연기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드러냈다. 다작하는 이유도 연기를 향한 쉼 없는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영화 ‘키 오브 라이프’ 촬영으로 또 다시 빠듯한 스케줄을 보낼 그는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연기를 하지 않으면 굉장히 불행할 것 같아요. 연기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평생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배우로서 연기 잘하는 게 큰 목표인데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하는 고민을 늘 해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 게 즐거워요. 배우로서 목표요? 색깔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든 역이 잘 어울리는, 작품을 통해 내 색깔을 결정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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