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메이저리그 데뷔 1년차의 신인급 선수가 팀의 주전자리를 꿰찼다. 강정호(28)가 피츠버그의 키플레이어가 되면서 그 성공기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매체 'MLB.com'은 15일(이하 현지시각) '새로운 야구: 강정호와 피츠버그가 보여준 완벽한 조화'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나아가 팀 전체가 어떻게 강정호를 도왔는지까지 함께 담았다.
이 매체는 "최희섭과 추신수 모두 한국 출신 타자들이지만, 마이너리그를 통해 메이저리그로 올라왔다"며 "KBO 리그의 주전 야수가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한 건 강정호가 처음이었다"고 강정호의 특이한 이력에 대해 소개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최초의 이력을 가진 만큼, 그런 선수를 갖게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입장에서도 모든 게 처음이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이 택한 방법은 '입장 바꿔 생각하기'였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들을 대해라.' 이제 나의 황금률이었다. '내가 강정호였다면, 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대해주길 바라겠는가'를 생각했다"는 허들 감독이었다.
허들 감독의 사려깊은 노력이 빛났던 장면도 소개했다. 이 매체는 "지난 8월 말, 마린스 파크의 덕아웃에서였다. 강정호는 홀로 덩그러니 앉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클린트 허들 감독은 자연스레 강정호의 왼쪽에 앉았고, 그를 한 팔로 감쌌다. 단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5분 동안 그렇게 앉아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강정호가 쓰는 한국말 중 몇몇개는 기억하려 노력했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구단 차원에서도 배려가 따랐다. 닐 헌팅턴 단장은 "계약 첫 날부터 가장 중요했던 건 '적응 프로그램'이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상황에서, 그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라며 당시의 생각을 밝혔다. "강정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에이전트와 긴밀히 협업했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통역사를 선택하는 작업은 팀이 아닌 강정호 자신에게 직접 맡겼다"는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만큼 영입에 공을 들였던 선수였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여러명의 스카우트들을 한국에 파견했다. 수많은 경기 영상들을 돌려보고, 강정호를 아는 주변인들에 자문을 구했다. 그렇게 KBO에서의 기록을 모두 긁어모아 메이저리그 추산치를 냈다. 5백만달러의 포스팅비용을 부담하고 4년 1100만달러의 계약이 성립된 배경이었다.
강정호의 파워와 스킬은 이미 인정받고 있었다. 유격수와 3루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다른 환경이었다. 경기 시간도 훨씬 짧고, 팀과 선수들의 숫자도 훨씬 많다. 스케쥴도 촘촘히 짜여져 있고 원정 거리도 비교할 수 없이 길었다.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도 많이 상대해야 했다. 그럼에도 헌팅턴 단장은 "뭐든지 처음하는 일은 위험이 따른다. 우리는 그가 좋은 선수가 되리라는 것을 믿었다"며 확고한 믿음을 보였다.
결국 강정호는 믿음에 보답했다.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슈퍼루키로 부상했고, 마침 주전 3루수 머서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아 이제는 주전 자리까지 차지했다. 후반기 타율 3할1푼6리와 OPS 0.939를 기록 중이다. 이에 대해 허들 감독은 "좋은 결과다. 강정호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했고, 그 가운데서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았다"며 "지켜보는 게 재미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헌팅턴 단장 역시 "강정호가 성공적으로 적응해온 건 피츠버그 전체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돌아보니 모두 그의 노력이었다. 정말 놀랍다"는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정호는 "어디서든지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라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활약에 대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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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