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땅에서 무실점…김승규, 넘버원 굳히기 돌입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실점이 당연했던 곳에서 이뤄낸 무실점. 김승규(25)가 슈틸리케호 넘버원 골키퍼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은 8일 레바논 시돈에 위치한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3차전에서 3-0으로 크게 이겼다. 

전반 22분 장현수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간 한국은 상대 자책골로 점수차를 벌렸고 후반 15분 권창훈이 쐐기골을 박으면서 시원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1993년 미국월드컵 예선에서 승리한 이후 세 차례 레바논 원정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던 한국은 22년 만에 치욕의 장소에서 승리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레바논 원정을 두고 징크스라 할 만큼 그동안 한국은 늘 상대 적지에서 실점했다. 최근 3경기 동안 4골을 내준 한국은 승리없이 2무1패로 부진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껄끄러운 역사를 지닌 레바논 원정서 골문을 지킨 김승규는 상대의 야유와 레이저 공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실점을 만들어냈다. 자칫 신경전에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김승규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늘 완벽한 판단을 내렸다. 

전반 상대의 빨랫줄 같은 프리킥을 잡는 대신 펀칭으로 위기를 넘긴 김승규는 후반 골문을 위협하는 상대 슈팅을 모조리 막아냈다. 특히 일대일 위기를 내준 상황에서도 슈팅을 쳐내면서 클린시트를 완성했다. 

쉽지 않은 장소서 이끌어낸 무실점은 김승규에게 많은 것을 안겨다 줄 전망이다. 그동안 슈틸리케호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은 골문을 둔 김승규와 김진현의 싸움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둘을 두고 현 대표팀의 1,2순위 골키퍼라고 내세울 정도다. 

먼저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쪽은 김진현이다. 올초 호주아시안컵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진현이 주전 골키퍼로 나섰고 눈부신 선방을 보여주며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진현이 거미손의 위용을 과시할 때 김승규는 벤치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곧 기회가 찾아왔다. 절치부심한 김승규는 아시안컵이 끝나고 치러진 A매치서 잡은 선발의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평가전에 이은 미얀마와의 예선 1차전에 연달아 골문을 지키면서 경쟁을 알리더니 동아시안컵을 통해 무게 추를 다시 자신쪽으로 가져왔다. 

그래도 김승규에게 합격점을 주기 힘들었다. 워낙 미얀마와 동아시안컵서 만난 상대들의 전력이 대표팀보다 한 수 아래였기에 큰 어려움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점이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항목이었다. 단지 넘버원 싸움을 향한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중점을 둘 수 있었다.

레바논전은 다르다. 그동안 대표팀이 고생했던 상대와 지역이었고 실점 상황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을 확실하게 뺏어올 경기였고 김승규는 방심하지 않고 제몫을 충분히 다해줬다. 여전히 경쟁자인 김진현이 빠진 상황이지만 김승규가 보여준 안정감은 신뢰를 보내기에 더할나위 없이 충분했고 다시 한발 앞서나간 이는 김승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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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