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8.31 17:03 / 기사수정 2015.08.31 17:22
MBC 새 주말드라마 '엄마'가 따뜻한 가족극을 표방하고 나섰다. 포스터에 적힌 홍보문구도 '상큼발랄한 가족 로맨스'다. 주말드라마, 게다가 가족극인데 상큼 발랄이라니 가당키나 한 걸까.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의심이 드는 건 그간 지상파가 따뜻한 드라마로 포장한 막장극들을 자주 선보여왔기 때문일 터다.
MBC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제(30일) 나란히 종영한 '여자를 울려'나 '여왕의 꽃' 모두 주말 막장드라마의 끝을 보여줬다. '여왕의 꽃'은 모녀가 동서지간이 되는 꼬인 족보와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 요소가 극 전반을 지배했다. '여자를 울려'는 그나마 덜했지만, 아들을 죽게 한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 아버지와 결혼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뤘다. 근래 작품성 면에서 호평받은 '마마'를 제외하고는 '호텔킹', '왔다 장보리', '장미빛 연인들', 등 자극적인 소재가 두드러진 드라마들이 연이어 방영된 바 있다. '여왕의 꽃' 후속으로 방영될 '내 딸 금사월'도 복수와 증오를 내세우며 막장 드라마의 색깔을 강하게 띠었다.
그렇다면 '엄마'는 이들과는 다를까. 이 드라마는 오랜 세월 자식들에게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 윤정애가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다 내주고 빈 껍질만 남은 자신을 짐스럽게 여기는 자식들을 향해 펼치는 통쾌한 복수전을 담는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된 MBC 새 주말드라마 ‘엄마’ 제작발표회에서 오경훈 PD는 "우리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지금 세태를 풍자하는 이야기가 없을까 생각하고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효도는 셀프라면서 유산만은 받겠다는 자식들을 향한 엄마의 복수전,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두 세대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의도다.
오 PD는 "돈을 둘러싸고, 부모와 자식 간에 10년 전과 5년 전의 각박하게 달라진 관계를 그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버 세대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로맨스를 내세우긴 하지만 나이 들어서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지에 관한 문제, 외로움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자는 얘기다. 5포, 7포, N포 등 젊은 세대들의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다룬다. 물론 연속극은 부모의 시각이라 보수적이겠지만 세대별로 화두가 되는 이야기를 모아 문제를 짚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정애(차화연)가 자신을 희생하며 애지중지 키운 4남매가 정애의 속을 썩일 것을 예고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막장극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 기억살싱증, 불치병, 꼬인 족보 등이 눈에 띄진 않았다. 중년 로맨스를 비롯해 정애네와 엄회장(박영규)네, 세령(홍수현)네 세 집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욕망, 화해 과정이 개연성 있게 흘러갈지가 관건이다.
정애의 맏딸을 연기하는 배우 장서희는 '따뜻한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장서희는 "우리 드라마 자체가 따뜻한 드라마다. 저도 그 안에 녹아들어서 역할을 잘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모두 비난할 순 없을 터다. 막장의 색채는 강하지만 흥미로운 줄거리로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기 보단 인스턴트 음식처럼 남는 게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 가운데 '엄마'는 효 문화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며 따뜻한 드라마의 힘을 보여줄까. 막장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시청자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길 바란다.
차화연, 장서희, 김석훈, 홍수현, 이태성, 도희 등이 출연하며 '그대 그리고 나', '엄마의 바다', '누나' 등을 집필한 김정수 작가와 '러브레터', '불새', '누나' 등을 연출한 오경훈 PD가 의기투합했다. 9월 5일 오후 8시 45분 첫 방송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권태완 기자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