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황제'의 부활 조짐에 미국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우즈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시지필드CC(파70•7127야드)에서 열린 2014-15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 윈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5개, 보기 2개로 5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11언더파로 톰 호기(미국)와 공동선두다.
올 시즌 고질병, 후반 '멘붕'
시즌 초,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기권 등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여기에 메이저대회 3연속 컷 탈락 등 '황제'에겐 부정하고 싶은 성적표였다.
특히 마무리가 아쉽다. 지난 마스터즈에선 3라운드까지 5위를 달리다 마지막 날 73타를 치며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선 2라운드까지 5언더파를 치다 3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쳐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퀴큰론즈내셔널도 마찬가지. 2라운드까지 선두권을 지켜 시즌 첫 우승을 기대하게 했지만 3라운드에서 3타를 잃으며 공동 18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의 2% 부족한 성적에 전문가들은 "우즈는 현재 스윙보다 '멘탈'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즈는 계속해서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하나의 과정이다"고 말했지만, 결과가 없는 그의 주장에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되살아난 집중력
다시 찾아온 기회. 2라운드까지 1타 차 공동선두. 관건은 그를 괴롭혀온 '멘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현재 우즈가 경기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지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경기 후 현지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공동선두 호기에 대해 아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요, 그게 뭐죠? 아니면 누구죠(No. What is it, or him)?"라는 답변으로 기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공동선두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그만큼 우즈가 현재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싸우고 있다는 증거다.
우즈는 전성기 시절 줄곧 우승 경쟁자들에 관해 묻는 말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우즈의 숫자들
우즈는 시즌 초, 수술 이력이 있는 왼쪽 무릎에 부담이 가지 않게 스윙을 교정했다. 영점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에 나섰고 우즈를 따라다니던 갤러리들은 우박 피하듯이 공으로부터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이후 스윙이 점점 안정감을 찾더니 이번 대회에선 어처구니없는 샷이 보이지 않는다. 이날 우즈의 샷을 분석해보면 고질병이었던 드라이버 티샷이 14번 중 페어웨이를 8번 지켰다. 57.14%다. 러프로 벗어난 공도 페어웨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부채꼴 모양으로 종잡을 수 없었던 방향성의 오차 폭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모두 티샷 이후 '2온' 또는 '3온'을 노릴 수 있는 거리였다. 투어의 페어웨이 안착률 평균이 63.55%임을 고려할 때 그리 나쁘지 않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 그린적중률 78%의 그린 적중률을 보여줬다. 투어 평균은 73.91%다.
또한 이날 나온 5개의 버디 중 2번은 러프에 빠진 공을 아이언 샷으로 살려내며 잡았다. 특히 15(파5)번홀 약 228야드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4번 아이언으로 그린 앞 해저드를 넘기고 '2온' 시킨 장면은 전성기 우즈를 연상하게 했다.
우즈의 우승이 갖게 될 의미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즈에게 이번 대회 우승은 절실하다. 지난 2013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후 2년 만에 들어 올리는 트로피라는 점은 물론 깊은 부진에 빠져있는 자신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또 통산 80승으로 다승 부분 1위인 샘 스니드의 82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1000만 달러가 걸린 PGA 플레이오프 출전권도 따낼 수 있다. 현재 우즈는 페덱스컵 랭킹 187위로 이번 대회 우승이 없이는 PO 기회를 잃게 된다.
잊혀져 가던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조던 스피스(미국),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로 이루어진 '트로이카 체재'에 도전장을 내밀며 침체되 가는 골프 열기에 흥행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프레지던츠컵에 참가할 명분도 얻게 된다. 미국팀은 오는 10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페덱스컵 랭킹포인트 상위 10명의 선수와 더불어 단장 추천 2명으로 선수단을 꾸린다. 사실상 자력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우즈가 이번 대회서 우승할 경우 제이 하스 단장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그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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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