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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의 20년, 넘치는 여유와 열정은 현재진행형(인터뷰)

기사입력 2015.08.10 21:00 / 기사수정 2015.08.10 21:00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이정현이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로 관객들을 다시 찾아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후 20년 만에 만난 자신의 두 번째 원톱 주연작이다. 작품은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리고 있다.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이라는 말처럼, 극에서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이정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역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받는 등 안팎의 호평을 얻으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 "박찬욱 감독 추천, 시나리오 읽고 바로 캐릭터 완성"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현은 환한 미소와 함께 연신 설레면서도 긴장되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봤는데, 그 때는 관객들 반응을 보느라 집중해서 보지 못했다.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다들 좋게 말씀해주시니 '잘 나왔나보다'란 생각은 든다"며 "이번 영화는 철저히 여자가 극을 이끌어가는 것에 대한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용이 정말 재밌어서 꼭 하고 싶다 생각했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여기엔 '파란만장'으로 인연을 맺었던 박찬욱 감독의 추천이 한 몫을 더했다. 이정현은 "박찬욱 감독님께 전화가 왔었다. 감독님이 원래 칭찬을 정말 아껴서 하시는 분인데, 근래에 본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하시더라. 진짜 흥미로웠고, 첫 신을 읽고 한 시간 만에 시나리오를 다 봤다. 수남 캐릭터도 그 때 다 잡혔다. 한 남자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더 순수하고 맑게 표현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보다 더 유아틱하게 캐릭터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은 극 중 수남이 청각장애인 남편과 글자로 대화하는 모습에서 뚜렷하게 표현됐다. 이정현은 다섯 살 조카가 한글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글씨체를 참고했고, 직각이 잘 서있는 이 글씨체는 실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타이틀에 사용되기도 했다.

극 속에서는 이정현이 고난이 꽤 건조하게 그려지는 편이다. "완전 매력 있다"고 웃어 보인 이정현은 "'킬빌'도 굉장히 잔인하지 않나. 그렇지만 소리 지르면서도 보게 된다. 우리 영화도 반응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관객 분들이 소리를 지르다가 웃다가, 롤러코스터 같은 반응들을 보는 게 굉장히 즐거웠다. 감동 받은 것도 물론이다"라고 얘기했다.

관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물론, 이정현은 작품에 대한 소신 역시 뚜렷하게 갖고 있다. 실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작비 3억으로 만들어진 저예산영화이고, 이정현은 노 개런티로 작품에 참여했다. 지난해 출연한 '명량' 이후 그간 이정현이 연기해 온 강렬한 캐릭터와는 상반되는 인물들도 만날 수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상업영화다 아니다를 떠나서 관객이 한 두 분만 보시더라도 뭔가 굉장히 감동을 드리고 싶고, 연기자로의 내 모습을 각인시켜드리고 싶다. 이 작품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의 이정현과는 다른 삶이어서 몰입할 수 있었냐고 묻기도 하는데, 사회적인 뉴스도 많이 보고 있고 친언니 4명을 통해 돈과 집, 일에 대한 얘기를 끊임없이 접한다. 그런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캐릭터에 빠질 수 있던 비결을 밝혔다.



▲ "데뷔 후 20년, 여유가 많이 생겼죠"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속 이정현은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하며 교복을 입고 등장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된 그이지만, 교복을 입은 모습은 '꽃잎' 시절과 비교한다고 해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타고난 동안에서 나오는 다양한 표정은 물론, 자신이 입은 옷에 꼭 맞는 연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그의 연기 내공 덕분이기도 하다.

이정현은 "만약 '꽃잎'을 끝내고 이 영화를 찍은 거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걸 겪어보니 머릿속에 여유도 생기고, 그러면서 연기의 폭이나 표현력이 다양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교복 신을 언급하며 배우, 혹은 가수로 살아왔던 자신의 지난 20년을 잠시 회상했다.

그는 "돌이켜 보면 '꽃잎'으로 연기의 맛을 느끼고, 계속 하고 싶었지만 한정적인 역할 제안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었다. 그러던 차에 테크노 음악에 빠져서 음반을 낸 것이다. 배우는 선택을 받고, 기다려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하는 거라면 음반은 내 색대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러면서도 늘 좋은 시나리오를 기다렸지만, 가수 활동 때의 강한 이미지가 굳어져서 공포영화의 귀신같은 역할만 들어왔었다.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던 것도 그 이유였다"라고 말을 이었다.

10년에 가까웠던 그 시간은 이정현이 말하는 소위 '슬럼프' 기간이었다. 타국에서 활동을 해도 그 마음은 해소가 되지 않았고, 마음속에는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에 대한 생각이 더해졌다. 그 때 이정현에게 '파란만장'을 제안했던 이가 박찬욱 감독이었고, 그는 "넌 배우다, 연기해야 돼"라고 끊임없이 격려를 불어넣어줬다. 그리고 이후 '범죄소년', '명량'을 거쳐 지금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오게 됐다.

이정현은 "최고의 인기도 누려봤고, 연기적인 슬럼프도 있었다. '내년이면 끝나겠지' 하면서 2000년도에 진출했던 중국 활동도 열심히 했다. 열심히 보람되게 살려고 했으니 한편으론 못 살아오진 않았다고 본다. 세상과 협상하는 법도 배우고 불행해질 때마다 조금씩 포기를 하면 행복해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게 여유도 생기고 연기자로서의 여러 표현방식도 늘어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지금은 좋다"고 이내 밝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지막까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자랑을 잊지 않던 이정현은 "큰 예산이 아니더라도 이런 여자 영화들이 꾸준히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좋은 배우들도 정말 많지 않나. 다양하게 좋은 연기자들이 활동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럼 나도 쉬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하나, 이정현은 앞으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시고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작품의 내용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덧붙였다. 이정현의 열정과 애정이 가득 담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앞으로의 연기 인생을 걸어갈 그에게는 유난히 더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될 듯 하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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