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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문 "'암살', 내 인생의 대표작이 되겠죠" (인터뷰)

기사입력 2015.08.19 06:45 / 기사수정 2015.08.19 06:3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최덕문이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을 통해 '천만 관객 영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암살'은 광복절인 8월 15일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주춤하던 영화 시장에 숨을 불어넣었다. 영화 속에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등 주역들에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힘을 보탠 최덕문이 자리한다. 그는 행동파 독립군 폭탄 전문가 황덕삼 역으로 우직한 매력을 발산했다.

최덕문을 만난 날은 '암살'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난 날이었다. 최동훈 감독과 함께 한 첫 작품이었던 '도둑들'(2012)과 지난해 '명량'을 통해 이미 천만 관객이 지켜본 영화 속에서 활약했지만, '암살'을 지켜보는 관객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남달랐다.

"분량이 다르지 않냐"며 호방한 웃음을 내보인 최덕문은 "일상적인 대답일수도 있지만, 이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 제작하는 분들이 1년 넘게 작업해 만든 영화인데 사람들에게 외면 당하면 너무 아프지 않냐. 그런 의미에서 '암살'이 잘 되고 있어 정말 기분이 좋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지금 광복 70주년인 이때에 젊은 친구들에게도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아 좋다. '이름 없이 희생한 많은 분들 덕분에 독립이 됐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의미 있는 시간에 개봉한 것 같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 "'암살' 속 황덕삼 役, 마다할 이유 없었다"

최덕문의 '암살' 출연은 '도둑들'로 인연을 맺은 최 감독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최 감독은 그에게 '암살' 시나리오를 건넨 후 명동에서 공연 중이던 최덕문을 찾아 넌지시 의견을 물었다.

최덕문은 "'이거 제가 하는 거 맞죠?'라고 되물었었다. '덕문 씨가 해 주면 고맙죠'라고 말하는데 이걸 어떻게 망설이나. 이 좋은 작품에 이런 캐릭터를 마다할 배우는 없을 것이다"라며 흔쾌히 작품 출연을 결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안옥윤(전지현 분), 속사포(조진웅)와 함께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되는 황덕삼은 이들 중 가장 먼저 죽음을 맞는다. 우직함은 물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웃음 역시 함께 전한 그였기에 황덕삼이 죽는 순간은 유난히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이에 그는 "빨리 죽으면 어떤 배우가 안 섭섭하겠냐"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영화 완성도로 봤을 때 첫 번째 암살 작전을 실패하면서 독립군 중에 장렬한 전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캐릭터도 초반에는 무거움보다는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하려 하고, 진짜 작전이 시작됐을 때는 '난 이 임무만을 위해서 한 몸 바치겠다'는 식의 기승전결을 가지고 가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촬영 중간 감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때는 유난히 힘들기도 했다. 손가락을 들 힘이 없을 정도로 힘들어도 배우라면 어떻게든 촬영은 들어갈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면 아무리 잘 찍어도 좋은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실제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이 잡히지 않아 계속해서 다시 이어가는데, 수많은 스태프들이 50m 이상 길게 깔아놓은 레일 위를 왔다 갔다 하고 많은 보조출연자들이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함 등 수많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열정을 다했던 최덕문이 꼽는 '암살' 속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암살 작전을 나가기 전 태극기 앞에서 안옥윤, 속사포, 황덕삼이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을 언급하며 "사실 촬영 때는 '죽으러 가는구나' 담담한 마음으로 했어서 큰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개봉 전에 나온 스틸사진을 보니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 '내가 이걸 찍은 거야? 죽으러 가는데 이렇게 웃고 있는 거야?' 생각이 드는데 참 짠했다"는 마음을 고백했다.



▲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최덕문의 존재는 대학로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꼭 배우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소극장에 가서 연극 보는 것을 즐겼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학(서울예대 연극과)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곳을 택했다. 졸업 후 '지하철 1호선' 오디션을 보며 대학로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매일 대학로를 오가는 택시를 타는 것이 번거로워 아예 3년 전에 대학로에 이사를 왔다는 그는 후배들 공연을 보고 그들과 맥주를 마시며 작품 얘기를 나누고, 집 근처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는 등 삶 자체가 연기와 맞닿아 있었다. 마음이 끌리는 날에는 훌쩍 배낭을 메고 며칠 떠났다 오는 것이 그의 유일한 일탈이라면 일탈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에 나오는 그의 출연작들 숫자만 더해 봐도 영화 34개, 드라마 16개, 기타 단막극과 공연 24개가 넘는다. 검사 같은 전문직부터 빵집 주인, 노조원, 발바리까지 연기라는 한 뿌리 안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경험한 것은 그의 실감나는 연기의 밑바탕이 돼 준 소중한 자산들이다.

힘든 순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매니저와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시절 모든 것을 혼자 조율하다 어려움을 겪는 일은 다반사였고, 심지어 찍어놓고 통편집 된 영화도 있을 정도였다. 이제는 "슬펐던 기억은 너무 많아요"라며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지금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 중에도 내가 대학로에서 만났던 형들이고 동기들이고 후배들이 많다. 나 뿐 아니라 그들도 다 겪었던 일이고, 내가 그들보다 몇 년 더 일찍 겪었던 것뿐이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연기하는 게 제일 낫다'는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냥 재밌었다. 의지가 특별히 강한 건 아닌데, 힘들어 죽겠다거나 못해먹겠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들더라. 다른 부업? 거기에 열정을 쏟느니 연기에 올인하는 게 훨씬 재밌다. 그래서 배우로 돈 벌면서 살 수 있는 게 참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선 달관의 힘이 느껴질 정도였다.

2002년 오디션을 통해 주연 3명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넣은 영화 '나쁜 남자' 합격 당시는 그가 꼽는 가장 뿌듯한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차근차근 한 스텝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온 지금의 최덕문을 만들어 준 소중한 기억이다.

어느덧 반환점을 돈 2015년. 최덕문은 올 한 해를 "정말 바빴다"고 돌아봤다. 올해 그는 '암살'을 비롯해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 tvN '호구의 사랑', 지난 11일 종영한 KBS 드라마 '너를 기억해'까지 바쁜 행보를 이어왔다. 하반기에도 자신이 소속된 극단 차이무의 창립 20주년 연극 '원 파인 데이' 공연으로 관객을 마주할 예정이다.

최덕문은 "대중에게 '연기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다행히 연기 못한다는 욕은 듣지 않고 있는데, 진짜 연기 잘하는 사람. 그렇게 되고 싶다"며 웃음 속 진심을 전했다.

그는 그렇게 천만이라는 관객 숫자 뿐 만이 아닌, 여러 의미로 그에게 올 여름 큰 기쁨을 안겨다 준 '암살'을 다시 언급하며 "'암살'은 지금 내 인생의 대표작이다. 배우라는 게 항상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살아야 되는 직업이니 언젠가는 당연히 또 다른 작품이 대표작이 되겠지만, 지금은 '암살'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암살' 이후에도 많은 작품으로 대중과 마주하고 호흡해 갈, 그렇게 인생의 대표작을 하나씩 쌓아올릴 그의 다음 발걸음들이 유난히 기다려진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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