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누가 그를 예능인이라 볼까. 이정이 '가수 이정'으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동안 건재할 것 같았던 노래왕 퉁키가 복면을 벗었다. 노래왕 퉁키는 2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9대 가왕 자리를 두고 '매운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와 대결을 벌였다.
이날 노래왕 퉁키는 이수영의 'I Believe'를 선곡했다. 감미로운 보이스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애절한 감성을 자극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목상태로 고음처리에서 불안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음정은 갈라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판정단 투표는 50대 49로 아슬아슬하게 나뉘었다. 결국 노래왕 퉁키는 한 표 차이로 부담 없이 노래를 부른 '매운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에 패하고 말았다.
이정은 "4주간 행복했다. 클레오파트라를 이길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저 위에 앉아 있을 때부터 떨리고 목이 잠기더라. 복면을 쓰고 노래하니 그동안 이정으로 노래할 때와는 다른 걸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면가왕'으로 얻은 것 중 가장 큰 수확은 '가수 이정'의 재확인이었다. 그는 "가수 이정을 아는 분들도 있지만 방송인으로 기억하는 분이 꽤 있는 것 같다. 복면 안에서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의 고민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는 2002년 가수 하동균, 고 서재호 등과 함께 그룹 세븐데이즈로 활동해 주목받았다. 이후 솔로로 전향해 '다신', '날 울리지마', '나를 봐' 등과 같은 히트곡을 남겼다. 개성 있는 외모와 독특한 음색, 폭발적인 가창력을 무기로 실력파 솔로 가수로 입지를 굳혔다. 동시에 시트콤 '뉴논스톱5'에 출연해 연기자로서도 매력을 방출했고, 각종 인기 예능에서 입담을 뽐내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인지도를 얻었지만 가수와 예능인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다 '복면가왕'에 출연했고,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 무대에 오르는 행복감을 다시 한 번 확실히 느끼게 됐다.
이정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계속 가수를 해야 하나, 음악을 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었다. 방송 활동도 되게 하기 싫었다"면서 "사람이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실히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4주간 느낀 것은 (가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박수 받을 때 관객의 표정과 환호, 기운 자체가 큰 것 같다. 이제는 자신 있다. 어딜가도 반은 날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정은 보컬의 신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를 꺾고 가왕자리에 올랐다. 판정단의 기립박수와 91표라는 역대 최다 표를 얻으며 가왕전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열창하며 완벽한 가창력을 드러내는가 하면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부르며 화끈한 무대매너를 자랑했다.
이미 그의 정체를 알아챈 시청자도 많았지만, 대부분 시청자는 그의 노래에만 집중했다. 이정 역시 예능 속 모습을 지우고 오롯이 가수 이정으로 에너지를 방출했다. 매 무대 열정을 빛냈던 값진 도전이었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