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지원의 O.M.G(오마이가십)] 여성비하가 도를 넘었다. JTBC '비정상회담'에서 그랬듯, 지금은 혐오의 시대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게 아주 당연해진 사회가 됐다. 그 중 여성 혐오와 여성 비하의 실태는 심각하다. 각종 포털 기사 댓글에서 여성을 향한 혐오와 비하의 글을 발견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연예인들도 철퇴를 맞았다. 경솔한 말 한 마디로 대중의 신뢰를 저버렸다. 공인이라는 기준점 다르니 굳이 그들을 공인이라 칭하지 않더라도, TV에 자주 보이는 이들이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건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한 파급력 지니고 있다. 적어도 여성에게는 그들이 불편할 수 밖에 없고, 도 넘어선 발언에 일부는 분개했다. 대표적인 예로, 장동민은 MBC '무한도전' 식스맨 자리를 사퇴하고 옹달샘 멤버들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 상황에서, Mnet '쇼미더머니4'에 나온 이들의 여성 비하 발언들은 좀처럼 화제가 되지 않는다. 놀라울 정도로 잠잠하다. 방송사의 힘인가, 소속사의 힘인가. 대중 사이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아주 잠잠하다. 힙합의 아이덴티티인 '표현의 자유'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그 정도 심하다.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의 랩만 살펴보자. 송민호는 '쇼미더머니4'에서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을 선보였다. 언제부터 산부인과가 '여자들이 다리 벌리는 곳'으로 대표됐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송민호가 생각하는 산부인과의 이미지는 대체 어떤 건지 기자는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힙합의 자유로운 표현, 충분히 존중한다. 비단 힙합 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다. 백 번 양보해서 취향 존중할테니, 그런 비상식적인 힙합은 오버그라운드 아닌 언더그라운드에서 하면 좋을 듯 싶다. 없는 곳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마음과 사상이 맞는 이들이 모여 누군가를 혐오하고 비난할 자유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수많은 대중이 보는 이 예능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스웨그 넘치게 했다는 건 이를 통해 발생할 모든 논란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말만 번지르르한 '힙찔이'에 지나지 않는다.
한 유명인이 자신의 SNS에 '윤리 위에 힙합 있는 것처럼 군다'고 직구를 날렸는데 딱 그 꼴이다. 남자들이 작은 방 안에 모여 시시덕거리며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는 거나, 갖춰진 옷 입고 서바이벌 예능에서 시쳇말로 '간지를 내뿜으며' 여성을 비하하는거나 둘 다 똑같이 멍청한 행동이라는 거다. 멋있는 라임과 그루브를 탔다고 해서 여성비하 발언들이 심사위원의 환호거리가 될 순 없는 것이다.
송민호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YG엔터테인먼트에는 선배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소속돼 있다. 그들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성비하 가사를 쓴 적이 없다. 오히려 사회 속 여성 관련 문제를 치밀하고 첨예하게 다뤄왔다. 그 가사만으로도 힙합 문외한인 기자까지 감탄케 했다. 송민호는 산부인과처럼 다리를 벌리라고 소리칠 게 아니라, 소속사 선배 에픽하이가 닦아놓은 가사들부터 곱씹으며 기초부터 배워나가야 할 것이다.
정지원 기자 jeewonjeong@xportsnews.com
[사진 = 송민호 ⓒ Mnet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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