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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홈쇼핑,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를

기사입력 2007.09.10 19:47 / 기사수정 2007.09.10 19:47

편집부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한 중견 연예인이 선보인 간장게장에 대한 피해사례를 기억하시는지요? 

쇼핑호스트가 군침을 삼키는 표정에 전화기로 달려간 고객들은 직접 먹어본 후 후회사례를 쏟아내곤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또한 안방에 앉아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매했다가 쓰디쓴 맛을 보았습니다.

 2007' 시즌에도 결국 롯데의 '가을 야구'는 좌절되었습니다. 롯데의 승패에 울고 웃던 부산 팬들에게 2007년은 안타까운 한 해가 되었습니다. 최근 롯데의 이상구 단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2007' 시즌 패인에 대해 '외국인선수 영입 실패가 컸다.'라고 밝혔습니다.

올 시즌 롯데는 '초량의 별' 펠릭스 호세를 내보내고 후임으로 영입한 에두아르도 리오스, 로베르토 페레즈(사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심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외국인 타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려야 할 것인지는 고개가 갸우뚱해 지는군요.

때리고 보는 타자들, '내 뺨을 때릴 줄이야'

리오스와 페레즈 모두 타고투저를 자랑하는 멕시칸리그에서 데려온 선수들입니다. 롯데에 오기 전 아과스칼리엔테스 레일로드맨이라는 팀에서 뛰던 리오스의 올 시즌 성적은 .358 10홈런 32타점이었습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 입성 직전이던 5월 성적이 .120 2타점으로 급전직하했다는 점이 걸립니다. 또한, 홈런을 포함한 장타가 안타 62개 중 14개에 그쳤습니다. 타고투저의 성향을 띈 멕시칸리그에서 이 정도 성적은 거품이 많은 편입니다.

득점권 타율이 .405로 굉장히 높았지만 멕시칸리그라는 점을 생각해보죠. 멕시칸리그는 기다림의 미학보다는 빠른 승진을 위해 '공이 오면 때리고 본다.'라는 타격이 많습니다. 173타석 동안 골라낸 사사구가 11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면 선구안에서도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페레즈의 재영입은 '모 아니면 도'였습니다. 이미 2003년부터 2년간 롯데에서 활약하며 '배드볼 히터'로 평가받았던 페레즈를 재기용했다는 것은 모험과 다름없었습니다. 치고 보는 타격이 주포 이대호의 방망이와 상승세를 탔다면 중심타선의 화력만큼은 확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가 버렸습니다. 이대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도 후속의 페레즈가 힘없이 물러나 버린 것이지요. 더욱 안타까운 점은 페레즈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날아간 후반기 좋은 타격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작 이렇게 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자녀 건강 문제로 한국행에 난색을 표했던 카림 가르시아가 아니더라도 김병현(플로리다 말린스)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동료였던 에루비엘 두라조가 대체자였다면 어땠을까요? 두라조도 롯데의 외국인타자 후보로 올라있었으나 롯데는 한국 무대를 거쳤던 페레즈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두라조는 적어도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2007' 시즌 두라조가 멕시칸리그, 독립리그에서 올린 타격성적은 .320 12홈런 54타점이었습니다. 주루능력은 기대할 수 없어 장타율이 .518에 그쳤습니다만 출루율은 .419군요.

때려내는 데 급급했던 리오스, 페레즈보다 베이스를 채울 줄도 아는 두라조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두산과 롯데의 차이점

이상구 단장은 인터뷰에서 '두산 베어스도 우리와 비슷한 방법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롯데와 두산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두산이 재활용한 외국인 선수들은 모두 KIA 타이거즈를 거친 투수들입니다. 좌완 게리 레스를 시작으로 2002년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던 마크 키퍼, 올 시즌 최고 선발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다니엘 리오스까지. 모두 KIA에서 버림받고 두산으로 옮겼습니다.

두산은 이들의 표면적인 기록보다는 그들의 특징을 포착해 이를 믿고 데려왔습니다. 레스와 키퍼의 경우는 직구 구속이 130km/h대에 그쳤으나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는 투구에 능해 타자들의 허를 찔렀습니다. 볼 끝 또한 지저분한 스타일이라 효용가치가 충분했죠.

리오스의 경우는 역회전 볼에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역회전볼은 80년대에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장된 변화구입니다. 궤적의 움직임이 싱킹 패스트볼이나 투심과 약간 비슷하긴 합니다만 현재 한국 무대에서 역회전 볼을 제대로 구사하는 투수는 아무래도 리오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타자 안쪽을 겨냥해 역회전 볼을 던지면 타자는 움찔하게 됩니다. 이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걸쳐서 들어가면 타자에겐 두려움을 주고, 투수 본인에겐 스트라이크 하나를 늘리는 셈이죠. 비록 너무 구사가 잘되어 타자 몸에 맞는 일도 빈번합니다만 역회전 볼만큼 오른손 타자에게 확실히 각인되는 변화구도 없습니다.

두산은 기록만이 아닌 투수들의 특징을 보고 재활용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키퍼를 제외하곤 확실히 재미를 봤습니다. 레스는 두산에서 2년간 33승을 따내며 에이스 역할을 했고 리오스도 만 2년 3개월여 동안 39승을 따냈습니다.

올 시즌 롯데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카브레라는 어떻습니까? 카브레라는 지난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1승 3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땐 굉장히 좋은 성적입니다만 정작 팀이 필요로 할 때는 불을 지르며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에는 투구폼에서 구질이 노출돼 상대 타자들에게 곤욕을 치렀습니다. 구위는 분명 엄지손가락을 세우기에 충분하지만 변화구 구사력이 뛰어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내세울 확실한 결정구가 직구 외에는 없다는 점이 흠입니다.

이미 지난 시즌 한계를 보여줬던 카브레라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 그렇게 나쁜 선택도 아니었습니다만 더 확실한 마무리 감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롯데가 올 시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은 현지에서 직접 데려온 것이 아닌 이전의 기록과 비디오를 보고 데려온 선수들입니다. 물론 발품 팔며 외국인 선수를 고르는 일이 검증된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모험적입니다.

그러나 '그냥 그럭저럭 해주면 좋겠네.'라는 생각으로 선수를 영입했다가는 이도저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말의 가능성을 절망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외국인 선수 고르기입니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 롯데에는 그들의 영입에 안일한 행정이 아닌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듯 보입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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