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병' 특집으로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배우 > 가수 > 개그맨.
한국 연예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연예인 직업 서열이다. 그런데 요즘 연예계,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에서는 '배우병'이라는 이름이 메르스 마냥 퍼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제작진 또한 흥행을 위해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연기자로 넣곤 한다. 실제로 좀 인지도가 있는 팀의 수 많은 아이돌들이 가수와 배우 양수겸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배우로 발을 내 딛은 몇몇 아이돌 사이에서는 배우병에 걸리고 만다. 이로 인해 아이돌 멤버들은 힘든 가수 활동을 하려 하지 않고 배우로 활동을 꿈꾼다. 이는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수를 대하는 관계자들의 태도와 배우를 대하는 관계자들의 태도가 확연히 다른 것과, 은퇴 연령이 자리만 잡으면 배우가 아이돌 가수보다 월등히 길기 때문이다. 또, 당장은 가수에 비해 부족하지만, 자리를 잡을 경우 CF 등으로 안정적이고 더 많은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연예계에서는 이전 부터 배우 직업군을 가장 고급스럽게 평가해 왔다.
심지어 배우 직업군 내에서도 영화에 출연을 해야 '배우'라는 호칭을 붙이고 TV드라마 위주로 활동하는 이들에게는 '탤런트'라는 호칭을 붙일 정도였으니 그들의 '직업부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 예를 들자면 과거 한 가수 매니저가 겪은 당혹감을 들 수 있다. 매니저 A씨는 자신이 키운 그룹 멤버가 연기자로 데뷔를 하자 첫 녹화날 기쁜 마음에 한 방송국 대기실을 찾아갔다. 평소와 같이 주전부리를 싸들고 찾아간 대기실에서 한 중견 배우 B의 고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어디 매니저 따위가 여길 왜 들어오느냐?"는 지적이었다.
연기자를 해 보지 않던 A는 B의 이런 지적에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키운 멤버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 분을 삭였다고 한다. A씨는 "가수의 경우 연습생 시절 부터 친밀하게 동고동락해 온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편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제작 과정에서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면 회사와 가수는 동반자이며 동등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배우의 경우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이고 자리를 잡은 배우의 경우 소속사 보다는 배우를 보고 작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소속사와의 관계 정립에서 차이가 존재한다"고 전언했다.
또, 어느정도 연차가 되는 아이돌의 경우 대부분 솔로 활동을 꿈꾼다. 이 경우 안정적인 '배우'를 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특히 걸그룹 출신의 경우 인기의 하락과 체력적 문제 등으로 롱런을 꿈꾸기는 힘들다. 자연스럽게 다른 직업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를 위해 소속사들은 데뷔 후에도 연기 레슨 및 개별의 연기자 전문 매니저를 두고 배우로 활동을 병행할 기회를 제공한다. 당장 가수 활동에 비해 출연료로 얻는 수입은 적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 경우가 많은게 현실이다. 다른 멤버들 눈치를 보지 않는데다 수입정산까지 홀로 하게 되는 솔로 활동을 맛본 이들은 '배우병'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팀 활동에 부정적이거나 팀내 분열까지 벌어지는 사단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분열이나 해체에는 이런 '배우병'이 작용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배우병'은 모든 가요 매니저들이 두려워 하는 오래된 병이다. 걸리면 '약'도 없다는 배우병이 수 많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