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8.25 00:12 / 기사수정 2007.08.25 00:12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지난 23일 필자는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 SK 와이번스전을 취재한 동시에 브라운관을 통해 충암고등학교와 덕수고등학교의 봉황대기 결승을 지켜보았습니다.
야구 보는 눈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제가 보기에도 좋은 포수가 팀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가를 알 수 있던 두 경기였습니다. 먼저, 잠실 경기에서의 박경완(사진. SK 와이번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수 리드만으로도 제값은 충분해
박경완은 23일 두산 전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세분해 두산 타자들의 허를 찌르며 선발 투수 케니 레이번의 호투를 이끌었습니다. 레이번이 보여준 제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박경완의 리드는 기록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23일 경기에서 레이번의 구위는 좋았으나 제구는 썩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5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며 주자를 종종 출루시켰으니 기록에서도 알 수 있지요. 게다가 레이번이 두산 전 2연패를 기록 중이었던지라 승리를 장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출루 이후 땅볼을 유도해 병살을 이끌어 낸 박경완의 리드 덕분에 6회 말 김현수에게 우중월 투런을 내주기 전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는 노 히트 피칭을 펼쳤습니다. 올 시즌 SK가 선두를 질주하는 원동력 중 하나는 박경완의 존재입니다.
박경완은 올 시즌 나이가 있어서인지 예전에 비해 타격 면에서 크나큰 보탬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경완의 타격 성적이 저조하다고 해서 '이제 박경완의 시대는 끝났구나.'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박경완은 2003년 FA로 SK에 둥지를 튼 뒤, 타격보다는 수비와 투수 리드에 중점을 두며 송은범, 채병용 등 젊은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었습니다. 타격 성적은 .250 15홈런 60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으나 노련한 리드를 앞세워 SK의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이듬해 2004년에는 34홈런을 기록하며 공격 쪽에 비중을 두었지요. 그러나 공격에 비중을 둔 박경완의 플레이는 가치를 올리는데에 도움을 줬을지는 몰라도 팀 가치를 올리는 데는 별 도움이 못 되었습니다. SK는 2004년 5위에 그쳐 가을잔치를 구경만 했습니다.
지난 시즌 6위에 그친 부진은 박경완이 부진했다기보다 투수들의 줄 부상으로 투수진이 붕괴되었다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다. 박경완은 무릎 부상과 어깨 부상을 안고도 고군분투하며 2006년을 버텼습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에 이른 만큼 노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경완. 그러나 포수라는 특수성, 경험 많은 포수가 상시 필요한 SK의 팀 사정을 생각해보면 박경완은 '고려장 악습'처럼 쉽게 내칠 수 없는 귀중한 포수입니다.
박경완은 끊임없는 연구로 최고 포수에 등극한 노력형 포수입니다. SK는 박경완의 은퇴 후에도 그를 팀에 잔류시켜 '포스트 박경완'을 키우는 동시에 기준점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흔들기' 발언이 아닌 '스타에 대한 걸맞은 예우' 가 진정한 '스포테인먼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시선을 동대문 구장으로 돌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차·포 떼고 나선 덕수고, 최재훈이 없었다면?
23일 충암고와 덕수고의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벌어지기 전 승부는 충암고 쪽으로 살짝 기운 듯 보였습니다. 충암고는 '서울지역 4대 천왕'으로 꼽혔던 에이스 홍상삼이 버티고 있었고 대표팀 차출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반면, 덕수고는 150km/h의 공을 던지며 내년 최대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성영훈(2학년),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전동수(3학년),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던 정재윤(3학년)이 청소년 대표팀에 차출되었고 톱타자 고하늘도 결장해 전력 누수가 컸습니다. 덕수고는 그야말로 차, 포 떼고 전장에 나선 것과 다름없었지요.
그러나 4번 타자 겸 포수로 팀을 이끈 최재훈의 존재는 든든했습니다. 최재훈은 공, 수를 겸비한 포수로 각광받은 선수입니다. 비록, 178cm의 조금 왜소한 체구에 단국대 진학이 확정적이라 2차 지명에서 외면당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팀을 봉황대기 준우승으로 이끌며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11회 말 좋은 2루 송구로 충암고 이학주의 도루를 무산 시키며 팀을 다독인 것은 보너스. 타율이 떨어져 타격상을 대구고 정주현에게 내주었으나 최재훈은 팀의 기둥 역할을 완벽히 해내며 봉황대기 스타들 중 한 명으로 떠올라 아마야구 팬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장성우(경남고, 롯데 1차), 윤도경(광주 동성고, 두산 2차) 등 대형 포수들이 청소년 대표팀에 차출되어 경쟁자가 줄었다는 폄훼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덕수고의 대표팀 차출도 매우 큰 편이었습니다.
1,2학년생을 주축으로 봉황대기를 치른 덕수고. 어려움 속에서 팀을 이끌던 최재훈의 '북치고 장구 치기'는 정윤진 감독이 발휘한 지도력만큼의 점수를 주기 충분합니다.
최재훈의 플레이 스타일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만큼 매력있는 선수가 또 없지요. 맞추는 재주도 뛰어나고 주루플레이도 적극적입니다. 투수 리드가 고교 선수이니만큼 부족한 면도 있지만 적극적이며 가끔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데도 능숙합니다.
제가 최재훈에게 가장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근성 있는 플레이입니다. 주축이 대거 빠져나간 덕수고가 결승까지 오를 수 있던 데에는 '파이팅'을 외치며 후배들을 다독였던 최재훈의 근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포수. 그가 바로 최재훈입니다.
강팀에는 좋은 포수가 있게 마련입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를 거머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는 몰리나 3형제 중 막내였던 야디에르 몰리나가 마스크를 도맡았습니다. 또한, 2006' 센트럴리그를 제패한 주니치 드래곤스는 타니시게 모토노부라는 명포수를 보유했습니다.
좋은 포수가 팀에 가져다주는 혜택은 한, 두 가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방망이를 주고 투수진의 안정도 가져오며 수비진의 중추가 됨과 동시에 코칭스태프의 분노도 누그러뜨리는 등 팀의 화수분이 됩니다.
2007년을 마무리할 때, 과연 어떤 포수가 찬사를 받으며 명성을 날릴지 기대가 됩니다. 단순히 멋진 타격, 투구, 수비만이 아닌 포수의 안정감과 과감함도 경기 중에 지켜보신다면 야구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할 것입니다.
<사진=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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