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잭 한나한을 교체했다. 그동안 한나한은 그럭저럭 타선에서 활약을 하고 있었고, 오히려 투수 루카스 하렐이 부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데 LG는 한나한을 먼저 내보냈다.
팬들이 보기엔 굉장히 의아한 선택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한나한 교체는 양상문 LG 감독의 ‘히든 카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LG는 현재 9위까지 처쳐 있다. 올 시즌을 기대했던 팬들로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해까지도 선전하는 것처럼 보였던 LG가 올 시즌 이렇게 고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엔 베테랑의 체력 문제가 일단 컸다. LG의 주축은 이병규(9번, 41세) 정성훈(35세) 이진영(35세) 박용택(36세) 등 베테랑이다.
지난해만 해도, 프로야구가 9개 구단 체제로 치러졌다. 하루 4경기를 치르면 자연스럽게 한 팀은 휴식을 취했다. 휴식일인 월요일까지 붙으면 최대 4일간 휴식이 가능했다. LG로서는 베테랑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숨통이 트인 시즌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다르다.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빡빡하게 5경기가 돌아간다. 월요일은 사실상 휴식일이 아니라 이동일이다. 다른 구단의 모 베테랑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 “올 시즌에 지금까지 치른 경기가 다른 시즌 100경기 치른 것보다 더 힘들다”고. LG처럼 베테랑들이 많은 팀은 체력적으로 엄청난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LG의 가장 큰 문제는 시즌 초반부터 톱니바퀴가 한 개씩 어긋나면서 맞물려 돌아가야 할 팀이 어그러졌다는 점이다.
아마도 시즌 전 양상문 감독은 팀 운영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려놓았을 텐데, 이게 시즌 초반 마무리 봉중근이 흔들리면서 먼저 삐걱댔다. 여기에 우규민까지 이탈하면서 마운드에 공백이 생겼다.
마운드에 이어 타선에서도 말 그대로 ‘빵꾸’가 났다. 양 감독이 4번 타자 역할을 해줄 거라 믿었던 이병규(7번)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고, 시즌 초반엔 한나한이 부상으로 1군에 없었다. 중심타선이 빈 상태에서 그나마 4월에 타선에서 활약했던 오지환도 최근 페이스는 좋지 않다. 페이스가 떨어진 타자들은 타순을 8, 9번으로 바꿀 필요도 있는데, LG에선 지금 그럴 여유조차 없다.
최근 신인들이 깜짝 활약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신인들은 ‘럭비공’이다. 좋은 활약을 하다가도 언제 뚝 떨어질지 모른다. 아무래도 꾸준하고 믿음직한 선수가 필요한데 LG 타선엔 그런 선수가 지금 없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한나한 교체 카드’를 쓴 건 현재로선 최선의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려서일 것이다. 일단 양 감독이 마운드에서의 문제는 어떻게든 막아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지 모르지만, 타선에선 교체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일반 팬들은 ‘프로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그래도 공격보다 수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조금 다를 수 있다. 수비, 그리고 마운드는 준비하고 계산하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분야지만, 공격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믿을 만한 선수를 쓰는 것밖엔 답이 없다.
여기에 한나한을 전격 교체하는 것으로 루카스 등 다른 외국인선수들에게 ‘충격 요법’을 준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루카스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도 긴장감을 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코치진 개편이야 사실상의 효과는 없는 부분이지만, 선수를 내보내는 건 선수단 내의 충격파가 다르다.
또 최근 kt가 타선에 댄 블랙을 교체 투입한 후 팀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한나한 교체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LG는 15일 현재 27승1무36패다. 승패 마진이 -9다. 아직 80경기 정도가 남은 상태에서 이 성적이라면,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순위 경쟁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휴식일이 거의 없는 빡빡한 일정은 LG에게 독이지만, 이는 다른 모든 팀에도 마찬가지다. 혹서기가 시작되면 아마도 여러 팀이 고꾸라질 수 있다.
LG의 현재 상황은 여러 모로 좋지 않지만, 다른 팀들도 모두 고전하고 있다는 점은 반대로 LG로선 기회이자 희망이 될 수도 있다.
엑스포츠뉴스 해설위원
[사진=잭 한나한 ⓒ엑스포츠뉴스DB]
이은경 기자 ky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