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지난 1년 간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의 힘을 가장 제대로 느낀 이 중 한 명은 배우 송재림일 것이다. 송재림은 지난해 KBS '감격시대'를 비롯해 tvN '잉여공주', 영화 '터널',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꽉 찬 시간을 보내며 '쉬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연초 자신의 바람을 실현했다.
그리고 올해의 시작에는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 있었다. 체대 출신 검도 사범 이루오를 연기한 그는 남자다운 매력은 물론,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를 함께 보여주며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드라마 종영 후 어느덧 한 해의 중간을 향해 가는 시간. 송재림을 만나 드라마, 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선배들과 시간여행 하는 느낌
송재림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해 "정말 특이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런 드라마가 두 번 있을 수 있을까 싶다. 이순재, 김혜자 선생님은 물론이고 아역부터 커 오신 손창민, 채시라 선배님까지. 군대로 치면 병장부터 이등병이 다 있는 모습 아닌가. 다른 드라마였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찍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선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오는 연륜과 경험의 향기. 송재림은 "선배님들과 호흡을 하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벅찼던 마음을 덧붙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하나를 더한 것도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성과 중 하나다. 검도 사범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실제로 살을 빼고, 5급 자격증까지 얻은 그는 "검도가 특히 예를 중시하는 운동이지 않나. 정신수양에도 정말 도움이 돼서, 좋은 스포츠를 접했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있는 것 하나를 배우고 또 얻었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속에서 이루오는 극 초반에 비해 이하나(정마리 역)와의 러브라인 색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다는 팬들의 아쉬움 가득한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송재림은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선생님, 선배님들의 호흡이 길고, 그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는 것이 맞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하지만 이는 스스로에게 캐릭터 해석처럼 연기적인 부분에서 더 고민하고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는 "이루오의 처음 캐릭터 소개는 여자에 관심이 없고 시크하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성큼성큼 다가가는 느낌으로 연기를 했었다"면서 대본을 보면서 살짝 바꿔보기도 하고, 그렇게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방송 전 송재림은 드라마에 임하는 자신의 자세를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로 설명했었다. 이에 "모자라면 모자랐지 더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웃어 보인 그는 "이번에는 선배님들 호흡에 잘 묻어가고자 스스로를 많이, 겸허하게 낮춰서 나를 많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초반에는 몸짓 같은 것을 더해서 무언가를 더 만들어보려고 했었는데, 결국엔 대본에 충실해서, 대사 전달을 잘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출연을 '대단한 기회'라고 빗대 표현한 송재림은 "너무나도 뿌듯하고, 배울 것이 많았던 순간들이었다"고 다시 한 번 눈빛을 반짝였다. '감격시대'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탄생시키는 재미를 경험하게 해줬다면, 이번은 개성을 빼고 타인의 색깔에 나를 맞추는 '비움'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 "꾸준히 연기하는 것이 꿈…배우로 한 획 그을 시간 기다려"
'송재림'이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계기는 예능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배우 김소은과 함께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송재림은 이번 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송재림은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을 '신의 한 수'라고 꼽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얘기했다. "워낙 내 외모는 호불호가 잘 갈리는 타입이다"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은 그는 "'우결' 속에서 웃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이제는 쉽게 다가와주고, 많이 알아봐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우결'을 안했어도 또 어떤 작품을 했겠지만, '우결'처럼 인간 송재림을 이렇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을 것이다"라며 '출연하길 참 잘 한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목소리에 힘을 준다.
프로그램을 통해 높은 인기를 얻었고, 그는 소위 말하는 '유명한' 사람이 됐다.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는 예능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하지만 이때도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여러 생각이 교차했었다.
송재림은 "(인기라는) 옷은 내가 입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입혀주는 것이니, 언제든지 벗겨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입어야 할 옷은 캐릭터고, 그렇게 되려면 작품을 통해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결'로 많이 알아봐주시지만 '배우'라는 본업으로 보면 이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단계 아닌가. 그래서 사실은 지금 참 부끄럽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본업으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큰 사건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 예능으로의 수상 역시 물론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연기적인 부분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 그를 더욱 분발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온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선택들이 유일한 최선이었고 최고였기 때문에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 드라마가 끝나고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송재림은 평소 취미로 즐기는 바이크와 함께 제주도 라이딩도 다녀오고, 색소폰 연습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옷 동생(스타일리스트)이 힘들어해서 살을 빼야 한다"며 다이어트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까지 술술 풀어놓는다.
그 안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여전히 '쉬고 싶지는 않다'는 것. 이는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송재림은 그렇게 항상 반듯하게 자기중심을 잡으며 매 순간순간을 되새겨 나간다.
올해 역시 '쉬고 싶지 않다'는 바람은 꾸준히 이어질 듯하다.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캄보디아에서의 봉사활동과 아시아투어, 차기작 물색을 위한 시나리오 검토까지 송재림의 시간은 오늘도 빠르게, 그리고 알차게 흘러가는 중이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계속 달리는 말이고 싶다.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라고 소탈한 웃음을 짓는 송재림. 그가 밟아나갈 다음 한걸음 한걸음에 기대가 더해진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송재림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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