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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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록 희생양? 빛나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기사입력 2015.06.03 20:44 / 기사수정 2015.06.03 20:44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희생양'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이승엽의 기록을 만든 그들은 용기 있고 멋진 승부를 펼쳤다.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이 나왔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5-0으로 앞서고 있던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롯데 선발 구승민에게 장외로 넘어가는 큼직한 홈런을 쳤다. 

구승민은 이승엽의 두번째 타석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고, 이승엽은 구승민의 2구째인 140km/h의 직구를 공략해 솔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기록의 스포츠, 야구. 대기록이 나왔을 때나, 앞두고 있을 때 지난 기록을 밟아왔던 선수들은 늘 대기록을 만들어 낸 선수와 함께 '강제 소환' 되기 마련이다. 이승엽의 통산 400홈런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가장 많이 언급된 사람은 바로 롯데 이정민이였을 것이다. 이정민은 2003년 10월 2일, 한 시즌 최다 홈런이자 당시 아시아 최다 홈런인 이승엽의 56호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12년이 흐르고, 공교롭게도 이승엽이 400홈런에 단 한 개 만을 남겨두고 롯데를 만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승엽의 대기록에 이정민의 이야기가 따라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승엽이 무서운 기세로 최연소 100호 홈런부터 200호, 300호 홈런을 때려낼 당시도 다르지 않았다. 1999년 5월 5일 현대 유니콘스의 정명원이, 2001년 6월 21일 한화 이글스 김정수가, 2003년 6월 22일 SK 와이번스 김원형이 이승엽의 최연소 홈런 기록을 달성시키며 한국 프로야구에 이름을 새겼다.  2013년 6월 20일에는 윤희상이 이승엽의 통산 352호 홈런을 허용하며 KBO 최다 홈런 신기록을 내줬다.

매번 기록이 수립될 때 마다 '강제 소환' 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특히 기록을 차치하고서라도 투수가 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했다는 것이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제나 기록은 건강한 승부욕 속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대기록을 허용했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없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 오히려 대기록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피해간다면 오히려 더 추한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 실제 이승엽에게 56호 홈런을 허용했던 날은 프로 2년 차였던 이정민이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날이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그날은 존중받아야 할 '대기록'의 날이었던 것이다. 

결과 만큼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 순간 얼마나 최선을 다해 승부에 임했느냐다. '패자'로 기억 될 지라도, 팬들은 정정당당히 임한 선수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뜨거운 승부야말로 대기록의 장면을 더 빛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이승엽 ⓒ포항,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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