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5.26 09:41 / 기사수정 2015.05.26 11:07
참하고 어두운 면모가 두드러진 극에서와 달리 실제로는 털털하고 남자다운 성격이란다. 박하나는 “내숭과는 아니”라며 환하게 웃었다.
내숭이 없다는 말대로 인터뷰는 그의 솔직함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신인이라 조심스러울 만한데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박하나는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에서 우여곡절 끝에 연인 화엄(강은탁 분)과 사랑을 이루며 해피엔딩을 맞은 주인공 백야 역을 맡아 열연했다.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촬영에 임해온 그는 ‘시원섭섭’하다는 말로 종영 소감을 대신했다. “몸이 근질근질해요. 촬영을 나가야 할 것만 같아요. 쉬니까 피곤하다고 해야 하나? 꾸준히 바빠야 덜 피곤한 것 같아요. 쫑파티 때도 분위기는 좋았는데 배우들은 슬픈 회식이었어요. 신인이었고 긴장도 되고 백수가 되는 느낌이었죠.(웃음) 일자리를 잃은 느낌이랄까.”
‘압구정백야’는 그에게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무명의 신인인 그를 단번에 주연 배우로 거듭나게 해줬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낯선 여배우였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어머니들의 뽀통령이 된 기분이에요. 중반 때까지만 해도 잘 모르셨는데 후반에는 다 알아보시더라고요. 백야 아니냐고 물으시고. 마트 가도 알아보고 식당에서도 서비스를 많이 해줬어요. ‘이래서 배우한다’는 말을 실감했죠.”
운명 같이 찾아온 기회. 캐스팅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물망에 오른 배우가 하차한 뒤 갑작스럽게 캐스팅 돼 합류했다.
“촬영 시작 11일 전에 오디션을 봤어요. 11일 동안이나 오디션을 보다 보니 촬영 날짜가 다가왔고, 제가 합격했다는 생각을 못 한 채 촬영에 들어갔죠. 자축할 새도 없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됐어요. 8개월간 오디션을 보는 기분으로 흘러왔죠.”
첫 주연을 꿰찼지만 기쁨보다 부담이 앞섰다. 그럴 만도 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을 모조리 감당해야 했다. 종영한 후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사량도 감당하기 힘들고 밤을 새우는 것도 힘들었어요. 투샷, 바스트샷 같은 용어도 잘 모르니까 스태프들이 하나하나 다 설명해줬어요. 주인공은 원래 늦게까지 야외촬영을 하는 줄 알았는데 제가 못해서 오래 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조금 아니까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죠.”
우려의 시선을 불식하듯 캐릭터에 몰입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백야는 오빠와 남편을 연달아 잃고, 가족을 배신한 생모 서은하(이보희)에게 복수를 꿈꾸는 인물이다. 비중이 큰 만큼 노력을 요하는 감정신이 많았다. 그중 65회에서 생모 서은하와 30분 내내 분노에 찬 독설과 폭로전을 펼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인생에 있어 그런 신을 또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영화로 따지면 3분의2 분량인데 드라마 관계자에게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신인만큼 욕심을 냈어요. 잘해야겠다, 진심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박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예인의 꿈을 키웠다. 중 3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2003년 혼성그룹 퍼니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26살 때 연기자로 전향, 28살 때인 2012년부터 ‘일년에 열두 남자’, ‘기황후’, ‘투윅스’, ‘미스코리아’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뚜렷한 활동 없이 20대를 보내면서 긴 슬럼프를 겪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던 찰나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를 만났다. 박하나는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준 작품”이라며 고마워했다.
“인생의 기회는 3번 온다는데 첫 번째는 가수로 데뷔한 것, 그리고 지금이 두 번째인듯 해요. 나중에 50살 때쯤 또 오지 않을까 하고요. 카리스마 있는 중년 배우처럼 멋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요.”
남다른 한 해를 보내게 된 박하나의 목표는 뭘까. 특별할 거란 예상과 달리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란다. 비로소 연기의 맛을 알게 된 배우다운 답을 내놓았다.
“쉬지 않고 일하면서 올해를 끝까지 잘 보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장수하는 배우가 될래요.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쉬지 않고 해야죠. 하고 싶은 역이요? 너무 많아요. 백야가 어두운 역할이었으니 이제는 한없이 철딱서니 없고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답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박하나 ⓒ 권태완 기자]
박하나 "임성한 작가에 감사…평생 못 잊을 것"(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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