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손흥민(23, 레버쿠젠)이 올 시즌을 17골로 마무리했다. 대기록까지는 2골을 남겨두고 멈춰서야 했다. 프랑크푸르트와의 최종전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차범근 전 감독이 남긴 한국인 분데스리가 한 시즌 최다 19골에는 아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도 17골은 손흥민의 개인 한시즌 최다골이다. 그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 시즌에 터트린 17골에는 남다른 비밀도 숨겨져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타이밍이다. 이전에는 달리면서 넣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면 이제 손흥민은 시간을 조절하는 탁월한 감각으로 골을 넣는다.
17골, 손흥민은 타이밍을 정복
전 대회를 포함해 손흥민은 17골을 넣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15골을 기록했다.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5골, 징계로 많은 라운드를 뛰지 못한 DFB 포칼에서는 1골을 터트렸다.
대부분의 골은 손흥민이 잡아 놓은 슈팅 타이밍으로 결정됐다. 1호골부터가 그랬다. 시즌의 가장 첫 번째 골은 포칼에서 나왔다. 발달게스하임과의 64강전에서 손흥민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왼발 시저스킥으로 마무리했다. 공이 날아오는 시점에 잘 맞춰 몸을 띄워 때린 절묘한 왼발 슈팅은 타이밍에 눈을 뜬 그의 능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본격적인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 들어가자 이러한 부분은 더욱 빛을 발했다. 손흥민은 양발잡이 답게 위치에 좌우를 가리지 않고 타이밍을 맞춘 슈팅으로 골망을 잇달아 갈랐다. 한 템포 쉬지 않고 곧바로 때리는 슈팅의 횟수가 많은 것도 이를 잘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9월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밀어준 패스를 그대로 오른발로 때려 넣은 골과 제니트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나온 오른발 논스톱 중거리포 등이 대표적이었다.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2월 볼프스부르크전에서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빠르고 감각적인 슈팅 동작으로 만들어낸 당시 경기 두 번째 골도 인상적이었다.
타미밍을 맞추기 위해 '접기의 달인'이 되기도 했다. 양발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손흥민은 왼쪽에서 접고 오른발, 오른쪽에서 접고 왼발 슈팅을 자주 때리기도 했다. 9월에는 베르더 브레멘을 상대로 터닝 동작을 통해 중앙으로 접고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볼프스부르크전서 골키퍼가 공을 잡지 못한 틈을 타 골을 넣은 장면과 4월 마인츠전 17호골 등은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결정력,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손흥민의 득점루트, 왼발 보다 오른발
손흥민은 17골 중에 오른발로 11골, 왼발로 6골을 넣었다. 좌우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반대발로 골을 터트리는 능력을 많이 보여줬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오른쪽에서도 오른발로 때리거나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포를 성공시키는 등 오른발의 비중이 높아진 경향을 보였다.
특이한 점은 헤딩골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은 모두 발 끝에서 갈렸다. 머리로 해결한 일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슈테판 키슬링이라는 장신 공격수가 있는 팀내 공격진의 환경과 역할에 있어서 헤딩을 자주 시도할 경우가 적었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골을 넣기 전까지의 움직임에서도 침투가 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11골, 바깥에서 6골을 넣었다. 함부르크SV 시절에는 주로 좌우발에서 나오는 강력한 중거리슈팅으로 자주 골을 기록했던 그는 상대적으로 좋은 공격 파트너들이 많이 있는 레버쿠젠에서 패스를 따라 직접 박스 안으로 침투해 해결하는 장면들을 연출하는 경우가 늘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손흥민 17골 그래픽 ⓒ 엑스포츠뉴스 조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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