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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이번엔 제발..

기사입력 2005.08.19 10:26 / 기사수정 2005.08.19 10:26

편집부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3일, ‘A대표팀 현황 보고 및 진단’이란 안건으로 2005년 제 10차 기술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축구협회의 유영철 홍보국장은 ‘국민과 팬 여러분께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 기술위원회를 열어 ‘2006 독일 월드컵’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대표팀의 지원 계획을 수립 하겠다’라고 밝혔다.

▲ 대한축구협회
ⓒ2005 KFA
지난 17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사우디와의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시종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또다시 패하자, 여론과 축구팬들의 성토가 봇물 터지듯 나왔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팀 감독의 경질 여부는 물론이고,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과 협회의 문제점까지 거론하며 나오자 축구협회는 총체적인 난국 타개를 위한 비상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다.

축구협회의 고위 관계자가 밝혔듯이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조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의 경질 여부를 포함해 현 A대표팀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 운영에 관한 전권을 쥐고 있는 기술위원회가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나선 것이다.


대표팀 부진, 모두에게 책임 있다.

사실 최근 대표팀의 불안한 행보는 이번 동아시아대회를 포함한, 월드컵 최종예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월드컵 이후 특히, 황선홍과 홍명보라는 대표팀의 정신적인 기둥 같은 선수들이 은퇴한 직후였던 지난 2003년부터 대표팀은 조금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었다. 2003년 이후, 대표팀은 체계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채 국가대표팀이란 이름마저 부끄럽게 만들기 일쑤였고, 대표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세워 전진하지 못했다.

‘월드컵 4강’이라는 흥분에 선수와 축구 관계자 그리고 축구팬들은 여전히 취해 있었고,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후임 인선을 포함해 향후 대표팀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또, 독일 월드컵에서 4강의 영광을 이어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의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왔다. 지난 월드컵의 영광이 모든 이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 대표팀은 독일 월드컵은 물론이고 미래의 한국 축구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고, 당장 눈앞의 경기 결과와 성과만을 위해 표면적인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데 급급했다. 히딩크의 명성에 버금가는 스타급 감독을 찾는데 만 주력했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3년이란 세월을 그저 흘려보내고 말았다.

사실 히딩크 감독도 1년 6개월이란 길지 않은 재임 기간에 대표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가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단기간에 만회하는 방법을 찾았고, 그렇게 찾아낸 ‘체력과 압박’을 열쇠로 한 그의 전략이 좋은 결실을 맺었던 것이었다.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월드컵 아니 그 이전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었던 끈기와 강한 근성은 찾아보기 힘들어 졌고, 다들 개인의 플레이에만 열중한 나머지 한국의 축구는 좀처럼 그라운드에 녹아내리지 못했다. 하여 경기력은 갈수록 모래알처럼 흩어져 갔고, ‘패해도 좋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력은 나올 수 없었다.

얽힌 매듭, 축구협회가 풀어야 한다.

사우디에 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 엑스포츠뉴스 박효상

이렇게 한국 축구는 최근 커지고 있는 감독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인 부분에서 적지 않은 아킬레스건을 노출하며 조금씩 무너져 왔다. 누구 하나 칭찬 받을만한 과정을 걷지 못했던 대표팀이기에, 현재 우리에게 닥쳐온 문제는 더욱 커져 넘기 힘든 산이 되어 버린 것.

비록 현재 산적한 문제가 만만치 않더라도 지금까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시바삐 그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러한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책임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 축구에 대한 전권을 쥐고 있는 축구협회의 몫이다.

본프레레 감독의 ‘부적합론’에 대한 경질설에 관한 부분도 협회 기술위원회가 선임한 감독인 만큼 그에 대한 책임과 해결을 동시에 해야 할 것이고, 경기장에서 보여준 대표팀 선수들의 부진도 호되게 질타하고 주의 깊게 독려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앞으로 고작 4개월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올해, 내년 월드컵을 위한 평가전 상대조차 정해놓고 있지 못한 현재의 상황은 축구협회 본연의 업무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한다. 일본은 이미 9월 온두라스와 국내 평가전을 시작으로 10월 동유럽 원정, 11월 유럽 정상급 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갖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마쳤다. 현재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실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해부터 아테네 올림픽과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아시안컵, 월드컵 2차 예선과 최종예선, 동아시아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이 줄을 잇는 바람에 A-대표팀에게 전력을 투자하기 힘들었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 부족이라는 일부 기술 위원들의 말은 이제 변명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2~3년간 겉으로 돌출되어 나온 문제점과 지적들에 대한 응급 처방을 해왔던 협회가 이제야말로 한국 축구의 진보를 위한 진정한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때다. 이제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 월드컵도 그렇지만, 더 염려되는 것은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된 팬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다.

만약 오는 23일에 열리는 기술위원회의 결과가 또다시 근시안적이고 당장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바람막이 형태의 결과들을 도출하게 된다면 앞으로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헤쳐 나오기 힘든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더 늦어져 더 큰 후회를 하기 전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 오는 23일을 계기로 한국 축구가 산고의 고통을 겪는 일이 있더라도,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고 다시 한번 도약 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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