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4.27 20:26 / 기사수정 2005.04.27 20:26
우리나라의 장인은 그리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인정받는 장인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만화계에 큰 획을 그은 장인이 있으니 바로 '고우영' 화백이시다. 그는 작가적· 탐미적인 이현세 씨와 고전적·토속적인 김두호 화백과 함께, 역사물에 대한 능수능란한 재해석과 재치로 '우리들의 영원한 고전만화'를 창작해 냈다.
대학교 때 일이다. 후배집에 놀러갔다가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를 발견했다. 그 전에 박종화씨의 삼국지와 이문열씨의 삼국지를 봤었지만 문자가 아닌 만화책이라는 데 흥미로웠고, 무엇보다도 독특한 재해석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후배는 절대 책을 빌려주지 않았다. 자신의 재산목록 1호라며.
고우영 화백의 일지매를 초등학교 때 만화방에서 봤었고, 성년이 되어서는 모 일간지에 연재하는 가루지기전을 보았다.
고 화백의 작품은 독설로 가득차 있다. 재해석의 묘미가 가득하다. 삼국지만 보더라도, 인덕의 화신인 유비를 바보같은 사팔뜨기 모습으로 표현하면서도 유비의 장점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또한 간신이라 칭해지는 조조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평가한 최초의 한국작가가 아닌가 한다.
고 화백의 가장 큰 업적은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상식을 깨뜨린 최초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만화가 하나의 문화이자 문학이자 성인용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우쳐 준 인물이다.
오늘 예전에 보았던 일지매와 삼국지를 훏어보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부디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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