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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한민국 0-2 사우디아라비아

기사입력 2005.03.26 21:08 / 기사수정 2005.03.26 21:08

편집부 기자

"완패"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를 한 마디로 평가하라면 '완패'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시아 국가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오늘 경기처럼 무참하게 패한 경기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지고 말았다. 사우디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던 본프레레 감독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한국팀은 전술, 조직력, 기술, 체력, 투지 등 그 어떤 것에서도 사우디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소속팀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눈에 띠는 활약을 보인 선수들조차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으니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 선수구성과 전술

한국은 예상대로 3-4-3 기존의 포메이션과 선수들을 선보였으나 사우디는 한국의 좌우 윙공격과 미드필드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위해 한국과 같은 3-4-3 포메이션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는 사우디가 담맘에서 핀란드와의 평가전을 가질 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그에 대한 전술의 대응이 없었다는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설기현 ----- 이동국 ----- 이천수 -----

-- 김동진 --- 박지성 -- 김남일 --- 이영표 --

----- 박재홍 ----- 유상철 ----- 박동혁 -----

------------------ 이운재 ------------------



무엇보다 오늘 경기의 가장 큰 패인은 선수구성과 전술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왼쪽무릎 부상과 컨디션이 저조했던 이천수와 오늘 경기에서 수비가담이 적었던 김동진으로 인해 중원의 압박이 거의 없었다. 이는 한국의 김남일-박지성 라인을 견제하기 위해 중원을 두텁게 한 사우디의 가브리엘 칼데론 감독의 전술과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천수의 부진으로 우측 공격 가담이 많았던 이영표마저 미드필드 지원이 미비해져 결국 우리의 미드필드는 김남일, 박지성 두 선수가 모두 맡아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또한 전반내내 지나치게 왼쪽공격을 고집함으로써 소속팀에서 우측윙어로 익숙한 박지성 마저 왼쪽으로 치우쳤고 이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고 나아가 박지성의 왕성한 움직임을 스스로 묶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김동진의 늦은 수비전환으로 설기현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오는 모습을 종종 보였고, 이천수의 좁은 활동폭으로 사우디 수비수 2, 3명에게 집중마크 당한 이동국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이동국의 집중견제에 의한 사우디 진영 중앙의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끝으로 선수교체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전반전을 일방적인 수세로 밀리며 뒤졌다면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교체를 통한 전술변화를 꾀했어도 좋았지 않았나 싶다. 후반 중반까지 동점골이 터지지 않자 본프레레감독은 후반 23분, 중앙수비수 유상철을 빼고 공격수 정경호를 투입하여 박재홍, 박동혁 2명만을 수비수로 세우는 강수를 썼는데 이는 결국 후반 27분 사우디의 알 카타니에게 PK를 허용하는 빌미가 되어버렸다. 

경기내내 수비가담이 늦었던 김동진을 그대로 둔채 4백 시스템으로 전환을 한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동점골을 위해 김동진과 이영표가 공격에 가담함으로써 4백에 익숙치 않은 박재홍과 박동혁 둘에게 수비를 전담시킨 것 또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다.

이후에도 본프레레감독은 설기현을 빼고 남궁도를, 이천수를 빼고 김두현을 투입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체력이 떨어지고 투지마저 상실한 우리 선수들이 이미 사기가 오른 사우디의 두터운 수비벽을 뚫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 수비 조직의 불안

부상에서 회복한 유상철을 중앙수비수로 기용한 것은 필드 내 리더로써의 유상철의 역할을 기대한 감독의 의중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는 쿠웨이트전 당시 안정적으로 중앙수비를 이끌었던 유경렬에 비해 수비 조직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몇 차례 언급한대로 김동진의 늦은 수비가담으로 박재홍의 수비 영역이 넓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는 수차례 일대일 혹은 중앙돌파를 허용하는 원인이 되었다.


사우디 카리리의 선취골 장면 <출처: 2006독일월드컵 공식홈페이지>




<사우디 선취골 상황>


------------------[                                  ]--------------------------
                                                     이운재       
↙  알 카타니
                 이영표                                                                유상철
                                  박동혁     
↖ 카리리
                                                                 박재홍



위의 실점 상황을 보면 패널티 지역 안에서 일대일 돌파를 허용한 유상철에게 1차 책임이 있으며, 골문 앞으로 대시해온 카리리를 마크하지 않은 박재홍과 박동혁에게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유상철과의 몸싸움에서 이기며 골 엔드라인까지 치고들어온 알 카타니의 각을 좁히기 위해 GK 이운재는 앞으로 전진한 상태였기에 카타니로서는 중앙으로 패스하는 것 외에는 선택할 방법이 없었는데도 박재홍과 박동혁은 카리리를 자유롭게 놔 준 것이 실점이 되고 말았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캡틴 홍명보를 시작으로 최진철, 김태영의 연이은 국가대표 은퇴 이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팀의 3백인데 본프레레 감독 자신만의 3백(혹은 4백)의 정착은 언제나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특히 박재홍은 2경기 연속 경고를 받아 우즈벡과의 홈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기에 본프레레 감독은 우즈벡전에서 새로운 3백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좌동진 우영표'의 한계 역시 들어난 경기였다. 지난 쿠웨이트전 당시에도 이영표는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왠지 남의 옷을 걸친 어색한 모습이었고, 김동진 역시 설기현과 계속해서 포지션이 겹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경기에선 수비가담에의 약점까지 드러나고 말았다. 김동진, 이영표 두 선수 모두를 쓰기 위한 변칙수를 펼치기 보다는 둘의 경쟁을 통해 한 선수만을 좌측에 기용하고 우측에는 우측에 어울리는 선수를 기용하는 정상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듯하다.


- 그 밖에

사실 사우디전에서 보여준 한국팀의 무기력한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그동안 번갈아 나타났던 단점이 한번에 드러난 것이라 본다. 수비 조직력의 불안은 이미 쿠엘류 감독때도 계속 지적되어 오던 것이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패스와 크로스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축구의 취약점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했던 것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와 동점골을 위해 몰아붙이던 상황에서도 완벽한 득점 찬스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이유 역시 사우디의 잠그기에 가까운 수비와 자이드 골키퍼의 선방에서 원인을 찾기 보다는 정확치 않은 패스와 크로스에서 찾아야 한다.

덧붙여 우리 선수들은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후반 체력의 우위를 통해 반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저버리고 말았다. 이기고자 하는 의욕 또한 사우디 선수들이 앞서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말이다.


-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과 한국 축구를 위해

한국을 포함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우즈베키스탄으로 구성된 A조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총 6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제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각각 한번씩 치뤄 1승 1패를 기록했을 뿐이다. 또한 조 2위까지 독일월드컵 본선진출권이 주어지기에 한국이 독일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확율은 아직 높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여 우즈벡과의 30일(수) 경기를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장기적인 선수 구성과 전술 운용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늘 사우디전을 통해 한국팀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상 쿠웨이트와 우즈벡 또한 그 약점을 파고들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강이고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기량이 최고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팀은 이제까지 그래왔듯 아시아 최강이고 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은 그러한 한국팀을 꺾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하고 있음 또한 잊어선 안된다. 

대한민국 축구는 반드시 아시아 최강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과 선수들의 노력과 투지가 있어야 함은 물론 협회의 전폭적이고도 체계적인 지원과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 축구팬들의 아낌없는 응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늘의 패배가 대한민국 축구의 오늘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힘든 원정경기에서 수고한 우리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30일(수) 저녁 8시 상암에서 벌어지는 우즈벡과의 경기의 필승을 기원한다.

FORZA COREA!!!




사진은 독일월드컵 공식홈페이지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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