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90분 내내 이집트에게 끌려 다녔고,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한참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수비불안의 이유
한국은 90분 내내 존 디펜스 대신에 맨 마킹 수비를 전개해왔다. 중앙 수비수인 유상철은 수비진 조절보다 9번 아므르 자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급급했다. 맨 마킹 수비는 개인기 좋은 상대에 대처하기 힘든데, LA전지 훈련부터 수비진들은 맨 마킹에만 주력해왔다. 따라서 이것이 감독의 전술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작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에게 대인방어를 지시한적 없다."며 "선수들에게 존 디펜스를 하면서 자신의 공간에 들어올 선수를 밀착마크하라고 주문했을뿐이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 공을 가진 선수에게 두명이 달라붙으면서 오히려 패스 연결을 원할하게 해주는 등의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쿠웨이트의 감독이 한국 수비의 약점을 찾아냈다고 했는데 아마 그 약점은 비슷할 듯 싶다. 또한 수비력이 불안정한 박규선 선수가 제대로 막아주지 못했던 것도 패인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차라리 수비가 좋은 오범석으로 교체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집트 대표팀과의 차이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한국과 이집트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기를 이끌어갈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일 것 같다. 이집트의 20번 와엘 고마는 4백을 효율적으로 조율했고,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동국과 이천수를 효과적으로 방해했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그리고 모하메드 지단 대신 이집트의 중원을 지휘한 에마드 압델 나비(10번)의 플레이도 두드러졌다. 그는 전반 14분 결승골을 터트린 것 외에도 최전방과 최후방을 넘나들며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그 외에 이천수와 김두현을 꾸준히 괴롭힌 아메드 아보 모살람(29번) 선수와 아메드 에이드 압델 마렉(28번)또한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심판의 미숙한 경기진행
무엇보다도 이번 경기는 심판의 미숙한 경기 운영과 지나친 홈어드벤티지가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전반 초반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유상철 선수가 이집트 선수를 팔로 치는 행위는 충분히 패널티 킥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주심인 후앙 준지(중국)는 그대로 경기를 속행했다. 또한 그는 90분 내내 소극적인 자세로 오히려 공과 멀리 떨어져 다니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의 프리킥 시점에서 이집트의 벽을 기준 거리보다 더 뒤에 배치하도록 명령한 것은 국제심판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다행히 어제 경기는 평가전이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최종예선에도 되풀이 된다면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에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과연 이번 경기로 드러난 문제점을 본프레레 감독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