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너랑 사돈하기 싫어. 너한테 미안한 게 많으니까."
'착하지 않은 여자들' 나현애(서이숙 분)가 김현숙(채시라)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많은 울림을 남겼다.
나현애와 김현숙의 갈등은 방송 초반부터 계속됐다. 나현애는 김현숙이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악행을 펼쳤다. 나현애는 김현숙이 도박을 하다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에 "나의 교육관이 옳았다는 걸 다시 느꼈다"라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제자를 도둑으로 몰아 퇴학시키기도 했다.
또한 나현애는 정마리(이하나)가 교수라는 말에 태도가 달라졌고, 이문학(손창민)의 재산을 보고는 속물 근성도 보였다. 그는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잘사는 아이들을 편애하는 악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김현숙은 수십년을 열등감에 시달리다 성인이 된 후 나말년 선생님을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다시 태어나면 선생질 하지 마세요. 저보다 한참 어렸던 당시 모습을 떠올리면 정말 악한 사람이었어요"라고 나현애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악연은 이에 그치지 않았고, 아들과 딸이 연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절정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현애의 이러한 행동에는 과거 받은 상처가 있었다. 가난한 시골집에 반갑지 않은 다섯째 딸로 태어난 나현애는 가족의 기둥 노릇을 했고, 불우한 과거를 딛고 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지만, 자신의 아픔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끝까지 앙숙일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은 김현숙이 나현애의 아픔을 알고 위로하기 위해 요리를 하면서 시작됐다. 김현숙은 나현애와 만나 "아침에 학교에서 연락받았어요. 담임이었던 나말년 선생님이 싸인을 해줘서 퇴학처리 무효됐다고.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어떻게든 선생님 눈에 들게 공부 열심히 할거에요"라고 운을 뗐고, 나현애는 쑥스러운 듯 "너가 퍽도 그랬겠다"면서 김현숙에 엎힌 채 "미안하다. 너랑 사돈하기 싫어. 너한테 미안한 게 많으니까"라고 전하며 30년 악연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방송 초반 악녀로 비춰진 나현애는 사실 외로운 여자였고, 그래서 아들에게 더욱 집착했다. 그런면에서 나현애는 어쩌면 악녀라기보다 현실에 가장 존재할 법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의 악행은 어딘지 인간적이었고 안쓰럽기도 했다. 천덕꾸러기였던 어린시절이 그를 나쁜 선생으로 만들었고, 많은 악행을 저지르게 했다. 어찌 그를 악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착하지 않은 여자들 ⓒ K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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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