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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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옆이 보인다" 이홍구의 성장을 주목하라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26 07:00 / 기사수정 2015.04.26 03:2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KIA 타이거즈의 1군 엔트리에는 3명의 포수가 있다. 차일목과 이성우 그리고 프로 3년차 이홍구(25,KIA)다.

지난 23일 KIA가 롯데를 상대로 9회말 5득점하며 '역전 드라마'를 썼던 날. 사실 승리의 이면에는 이홍구가 있었다. 선두타자로 2루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서막을 알렸고, 끝내기 사구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 홍성민이 던진 초구가 우타 이홍구의 몸쪽 높은 곳을 향했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평범한 볼로 보였지만, 이홍구가 주심을 향해 어필했다. 공이 오른쪽 팔꿈치를 스치고 갔다는 것이다.

어필을 인정한 주심이 몸에 맞는 볼을 선언했고, 이홍구는 웃으며 1루 베이스를 향해 뛰어갔다. KIA 선수들도 모두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득점하는 3루 주자와 이홍구를 반겼다. 끝내기 득점이었다.

이홍구의 활약(?)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둔 다음날. 모든 선수들이 이홍구를 볼 때 마다 꼭 한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필, 험버 등 외국인 선수들도 팔꿈치에 맞았다는 것을 어필하는 표정을 흉내내며 깔깔댔다.

KIA가 3명의 포수를 엔트리에 둔 것은 그만큼 이홍구의 잠재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 시즌 타격 능력이 급성장하며 우타자 대타 카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다소 헤매기도 했지만 최근 출전하는 경기마다 꼭 안타를 하나씩 때려낸다. 기대만큼의 성적이다.

지금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룰 것이 더 많은 나이. 일생일대의 기회를 눈 앞에 둔 이홍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23일 경기에서 MVP급 활약을 했다(웃음). 팔꿈치에 맞았다고 어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6-6 동점 상황이었고, 우리팀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내가 못치면 안되는 순간이지 않나. 솔직히 정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욕심을 부리는 것 보다 팀이 이기는게 더 중요했다. 치고 싶은 굴뚝 같은 마음을 품고 차분히 타석에 섰다. 눈에 비슷하면 치자는 생각이었는데 공이 갑자기 안으로 휘어들어오더라. 배트를 멈추려다가 공이 살짝 내 팔꿈치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웃음). 바로 심판에게 어필을 했다."

-9회말 공격이 이홍구로 시작해 이홍구로 끝났다.

"사실 나로 시작해서 끝났다는 것도 몰랐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요즘 유독 내 타석에서 찬스가 많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런 상황에 들어서면 긴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내 할일만 하자'는 생각을 한다. 그날 경기도 이겼으니 다행이다. 1루로 달려가는데 아무 생각이 안났다. 그냥 팀이 이겨서 너무 기쁘다는 생각만 했다. 끝나고 휴대폰을 켜보니까 '카톡' 메시지가 50개가 넘게 와있더라. 물론 대부분은 내가 몸에 맞는 볼로 끝난 것을 비웃거나(웃음), 내 표정이 웃겼다며 놀리는 내용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타석에서 여유가 없어보였다. 자신 없는 표정으로 '루킹 삼진'을 당하는 일도 잦았다.

"타석에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마음이 급했다. 나는 안타를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선수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그러시더라. 잘하고 못하고는 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판단하는거라고. 내가 좋은 선수인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들이 판단해주니까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다면 지금 팀에서 본인이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지금은 차일목, 이성우 선배가 1군에 계시니까 내가 할 일은 포수로서의 역할보다 대타로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나가서 잘쳐야 한다."

-현재 10개 구단 중 포수 3명을 엔트리에 둔 팀은 SK와 kt 그리고 KIA 뿐이다. kt는 신생팀이고, SK는 지명타자 슬롯을 쓰고 있다. 그러고보면 KIA가 굉장히 예외적이다.

"우리팀 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일목 선배님이 1군에 등록되는 날 2군에 갈 줄 알았다(웃음). 심지어 지난 넥센전에서 (문)경찬이랑 배터리 호흡을 맞췄는데 팀이 크게 졌다. 2군에 가겠다 싶어서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2군으로 가라는) 연락이 없더라. 대신 포수 3인 체제로 간다는 말을 전해듣고 '기회가 왔다' 싶었다. 며칠 전에 김종국 코치님이 '너는 나갈 때 마다 오늘이 인생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어라'고 하셨다. 그후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감도 붙어보인다. 어떤 준비를 했나.

"사실 내가 생긴 것과 다르게 서울 토박이다. 모두들 지방 출신이냐고 물어보는데…. 어쨌든 그래서 그동안 겨울에는 서울에서 훈련을 했었다. 하지만 사람이다보니 집에서 편하게 다니면 운동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노는 날도 생긴다. 그러던 중에 김상훈 선배님이 '너는 서울에서 놀 때가 아니다'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울에 안가고 광주에서 머물면서 운동에 집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포수 이홍구'가 성장할 수 있을까.

"당연한 말이지만 더 많은 경기에 뛰어야 한다. 선배님들도 한결같이 얻어 맞더라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나가봐야 직접 느낀다고 하시더라. 나도 동의한다."

-요즘은 야구가 조금 더 재미있어졌을 것 같다.

"솔직히 재미있다. 내가 1군 경기를 뛰고 있으니까. 1년차때 미흡한게 많아서 너무 많이 혼이 났다. 그리고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풀이 죽어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계속 경기에 나가니까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원래는 홈플레이트에 앉으면 오직 투수만 보였다. 이제는 투수의 옆도 보이고, 그 뒤도 보인다. 또 스스로 깊이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나는 아직도 비중이 크지 않은 선수다. 이렇게 하루 하루 하다보면 언젠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이홍구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는 김기태 감독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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