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아프니까 청춘아니냐'는 말에 '아프면 환자다'라고 말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금요 코미디 '초인시대'는 최근 가장 각광받는 작가 유병재가 직접 극본을 쓰고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기주봉, 김창환, 이이경, 송지은, 배누리등이 함께 나섰다.
유병재는 최근 대학생들의 일상을 재치있게 비틀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놓치지 않았다. '초인시대'는 첫 장면부터 처량했다. 대학 내 화장실로 들어간 그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미역국과 김치를 꺼내놓고 밥을 먹었다. 그의 생일이었다. 이른바 '혼밥'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은 강의에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내용이었다. 이 역시도 대학생들의 공감요소가 많았다. 발표, 프리젠테이션을 할 사람들을 대강 나눈 뒤 온갖 핑계로 막상 모임에는 나오지 않는 무임승차자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컴퓨터공학과인 유병재를 여자 후배들은 AS 기사 취급할 뿐이었다.
취직도 험난했다. 월세는 이미 밀려서 쫓겨나기 직전이었다. 인력사무소를 찾아가도 그를 써주지 않았다. 학교 취업상담소에서는 "큰 회사만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 네 스펙에는 그 회사가 크다. 고생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눈을 낮춰라. 이런 회사는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유병재에게 상처를 줬다. 그에게 대기업을 지원할 꿈 조차 갖지 말라며 만류했다. 최근 화제가 된 "청년들을 중동에 가서 일하게 하라"는 말도 대사 속에 담겨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착취당했다. 선배의 부탁으로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선배는 열정과 재능을 가지고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하라며 따로 보수는 주지 않았다. 재능기부로 종용당한 것.
돈을 벌 곳이 없는 유병재는 월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지만 이미 학자금 대출 등 때문에 더이상의 대출은 힘들었다. 결국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그는 인력사무소에서 만나 알게된 같은 학교 동기인 김창환의 월세방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드라마는 강한 골계미가 느껴졌다. 절룩거리는 20대들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낼 수는 없었다. 유병재보다 윗사람들은 유병재로 대변되는 20대를 위로하는 대신 매정하고 자신의 실리에 맞게 이용하는 모습으로 묘한 공감을 자아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인력사무소 소장마저도 위장을 위해 취업과 연애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삼포세대인 그에게 너무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자신의 능력을 알게된 유병재는 나름대로의 저항을 펼쳤다. 유병재는 시간을 돌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속시원하게 욕을 하고 다녔다. 20대들의 판타지가 반영된 부분이었다. 유병재에게 욕을 들은 취업상담소 직원이 요새 어린 애들은 예의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하자 너도 어리지 않냐며 받아쳤고, 열정과 재능이 있지 않냐며 재능 기부를 종용하는 선배에게는 주먹도 있다며 거친 몸놀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웃음과 공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취업상담소 직원이 호랑이띠라고 자신을 설명하자 과거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애니메이션 '꾸러기 수비대'의 주제가를 부르며 그가 자신과 얼마나 나이차이가 나는지 확인했다.
백미는 공사장에서 만난 인부들이었다. 취업을 해서 슈퍼 히어로라는 사실을 은닉해야한다는 소장의 말을 듣고 유병재는 김창환과 공사장을 찾았다. 유병재는 우리가 막노동을 하기 위해 대학까지 나온 것은 아니지 않겠냐며 김창환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 순간 인부 두 사람이 인문학 박사임을 드러내며 각각 논문 주제로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려내 서글픈 웃음을 자아냈다.
드라마는 비록 25세전까지 첫 경험을 하지 않아 초능력이 생겼다는 설정으로 실소를 자아냈지만, 유병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단순히 초능력이 아님을 드러냈던 첫 방송이었다. 일부 성적인 코드가 삽입되어있고 유병재가 부끄러움을 느끼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탈의를 해 웃음을 자아냈지만 오직 그것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초인시대'는 서글픈 순간에 흐르는 배경음악으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를 선택했다. 세상이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가사가 담긴 노래로 공감을 더했다. 절룩거리는 20대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을 웃기지만, 공감이 가도록 그려냈다. '초인시대'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그 누구보다 범인(凡人)들의 삶이 담겨있는 진한 블랙 코미디였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초인시대ⓒtv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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