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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가 꽃피운 차두리, 우즈벡으로 만개하다

기사입력 2015.04.01 04:00 / 기사수정 2015.04.01 13:06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김승현 기자] 청년이었던 차두리(35)는 어느새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 들었다. 세월을 거스르는 그의 투혼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A매치 평가전에 선발 출격했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등장한 차두리는 전반 42분 김창수와 교체되며 정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기립 박수로 레전드의 마지막 발걸음을 곁에서 지켜봤다.

차두리는 2001년 11월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첫 A매치를 치렀다. 연령별 대표팀에도 뽑히지 않았던 차두리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인 것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잠재력을 지녔지만 다듬어지지 않았던 차두리를 적극 중용했고, 2002 한일월드컵 23인 명단에 포함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신체 조건과 스피드가 남달랐던 차두리는 흐름을 바꾸는 교체 카드였다. 지안루이지 부폰을 상대로 한 오버헤드킥과 독일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대등하게 버틴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계 무대를 몸소 실감한 차두리는 그렇게 가능성을 꽃피웠다.

차두리는 "선수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은사는 단연 히딩크 감독이다. 대학교 재학 당시 대표 경험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장점만으로 월드컵으로 데려갔다. 배짱이나 큰 그림이 없다면 불가능한 시도였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인터뷰를 하고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나서고, 더욱 축구를 그만둘 수 없었던 시발점은 히딩크 감독의 몫이 크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전까지 차두리는 A매치 76경기를 소화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2015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등에 기여하며 한국 축구의 찬란했던 역사를 함께 걸어 나갔다. 환희의 순간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2006 독일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며 마이크를 잡고 해설가로 나서기도 했다. 차두리는 "14년간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갔다"고 인정했다.

붉은 유니폼이 준 희노애락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착실하게 경험을 쌓은 차두리는 호주아시안컵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성숙한 열매의 씨앗을 거둬 들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바로 우즈벡전이다.

이 경기에서 차두리는 폭풍 질주로 손흥민의 추가골을 도왔다. 손흥민의 멀티골은 한국을 4강으로 인도했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아시안컵 최고령 플레이어인 차두리의 나이를 잊은 고속 질주였다. 하지만 차두리에겐 해당 장면 이상의 성과를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차두리는 "드리블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볼 수 있지만, 우즈벡전을 통해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운을 뗀 뒤 "사실 후배들에게 아시안컵에서는 개인을 잊고 팀 승리에 초점을 맞추자고 했다. 경기를 나가지 못하더라도 모두 희생하자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선수인지라 선발로 나가고 싶었지만, 차두리는 당시 후반 교체로 출격했다. 손흥민의 골에 관여한 차두리는 "공격 포인트를 올려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 승리에 보탬이 됐다. 후배들에게 말했던 바를 책임을 져 기뻤다"고 흡족해 했다.

우즈벡전이 고별 무대가 되기 싫었던 차두리는 승리가 절실했고, 무엇보다 득점이 필요했다. 노장으로서 경기의 흐름을 진단한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체력이 떨어진 손흥민과 이근호의 위치를 바꾸자고 제안했고 이는 주효했다. 

차두리는 "손흥민이 전후반 90분을 뛴 뒤 내게 도저히 못 뛰겠다고 했다. 사실 내가 감독의 전술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데, 정말 이기고 싶었다. 결정력이 좋은 손흥민을 전방에, 왕성한 활동량의 이근호를 측면에 넣자고 부탁했다"면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털어놨다.

차두리는 대표팀과 작별을 고했다. 이별은 곧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차두리는 K리그 클래식에서 3연패의 늪에 빠진 FC서울을 위해 다시 달린다. 추후에는 독일로 건너가 지도자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릴 생각이다. 그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유지한 채.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차두리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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