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3.24 06:55 / 기사수정 2015.03.24 10:21
그는 MBC '킬미힐미'에서 그동안 농축된 연기 내공을 발휘했다. 지성이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할 나위 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 20대 꽃미남 배우 부럽지 않은 호응을 얻은 그는 최근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킬미힐미'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드라마는 잘 되고 어떤 드라마는 안 되기도 하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요. 저도 드라마를 하면서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끝났는지 관심도 못 받은 적이 있어서 '킬미힐미'가 더 소중했어요. 인생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는 본인격인 차도현부터 차도현의 욕망을 대신 분출하는 신세기, 자살 지원자 요섭, 불량소녀 요나, 능청스러운 페리박, 어린 인격 나나, 그리고 마지막 인격 X까지 감히 완벽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잘 소화해냈다. 지성은 "내가 언제 여자 교복을 입고, 신세기처럼 아이라인을 그리고 페리박처럼 구수한 사투리를 쓰면서 연기하겠나. 캐릭터 하나하나가 가슴 속에 소중하게 남아 있다"며 미소 지었다.
모 아니면 도인 역할이었지만 그리 부담되지 않았단다.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해야 했지만 어떤 메시지를 다룰 건지, 어떻게 진실을 담을 것인지에 대해 확실한 생각이 있었어요. 시청자들이 공감을 안 해주시면 어쩔 수 없는 거로 생각하고 욕심을 버리고 연기했죠. 욕심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고 공감해주시더라고요."
'킬미힐미'는 제작단계에서 캐스팅 난항을 겪었다. 여러 배우가 물망에 올랐지만 출연이 성사되지 못했는데, 결국 지성이 최종 캐스팅되면서 긴 난항을 끝냈다. 돌고 돌아 운명처럼 지성에게 시놉시스가 왔고 보란 듯이 멋지게 연기해냈다.
"왜 다른 사람들이 안 했을까? 뭐가 이렇게 두려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보다는 왠지 다 자신이 있었어요. 내가 맡으면 잘하고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점수는 70점? 65점? 정도 주고 싶어요. 80점 넘기기가 쉽지 않아요. 매 작품마다 잘하고 싶은데 그런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비밀'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작품을 할수록 내려놓고 연기하게 돼요."
'킬미힐미'는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는 재벌 3세와 정신과 의사가 빚어내는 힐링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지만 사회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아동학대에 경각심을 갖게 하는가 하면, 다중인격 장애와 관련한 편견을 완화하는데 일조했다. 지치고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요즘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보니 치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감정에 몰입하고 빙의해서 촬영할 수 있었죠.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요섭이가 가장 떠올라요. 요섭이를 통해 힘들고 나약한 친구들에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40대를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곧 태어날 아이와 와이프가 있어서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요. 많이 배웠고 스스로 치유된 시간이었어요."
다중인격 연기를 자유자재로 연기한 덕분에 그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2015년 MBC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연말 시상식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가 그만큼 이견을 달 수 없는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증거일 터다. 그러나 정작 지성은 자신을 둘러싼 소리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했다.
"대상은 잘 모르겠어요. 대상이 뭐예요? (웃음)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받으면 너무 좋겠죠. 차도현의 눈물일 수도 있고 세기의 눈물일 수도 있고, 너무나 행복하게 눈물을 흘릴 것 같아요. 저에게 대상이 올까요? 연기 대상감이라는 말은 중요하지도 않고 생각한 적도 없고 반갑지도 않아요. 단지 배우로서 존재해오고 있구나 하죠. '킬미힐미'를 한 것만으로도 좋고 앞으로도 진심을 담은 작품을 계속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발전해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곤 해요."
소탈한 성격처럼 연기에 있어서도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발전해왔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데뷔한 뒤 '올인', '왕의 여자', '뉴하트', '대풍수', '보스를 지켜라' '비밀', 영화 '혈의 누', '나의 P.S파트너', '좋은 친구들' 등에 출연하며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유명세와 인기를 얻은 뒤에도 조급함은 없다.
"7개 인격을 연기하는데 부담을 갖지 않은 것처럼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없어요. 물론 작품을 기다리는 과정에서는 많이 떨릴 것 같긴 해요. 그동안 안 된 적도 있고 잘 된 적도 있어요. 인생이 등산하듯이 오르락내리락했죠. 앞으로 시원하게 내려갈 준비도 돼 있답니다. 그저 '킬미 힐미'가 오래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주길 바라요. 저는 빨리 잊고 다음 작품을 준비해야죠. 어떤 작품이 제게 올지 궁금해요."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지성 ⓒ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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