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첫 술부터 배불러야 한다. 단번에 만족감을 성취하기 위해서 확실히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정규리그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은 20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NH농협 2014-15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선 2승제) 1차전에서 맞붙는다.
역대 V리그 기록을 살펴보면 1차전 승리는 곧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의미했다. 여자부는 10회 모두 1차전 승리팀이 생명을 연장했다. 결과를 좌지우지할 1차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정규리그 우승팀 한국도로공사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양 팀 감독은 18일 열린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시즌 초반 흔들렸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좋은 플레이로 우승까지 거머쥐겠다"고 외쳤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IBK기업은행은 당시 GS칼텍스에 무릎을 꿇으며 통합 2위에 그쳤다. 이정철 감독은 그날의 아픔을 올해 무조건 풀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수장으로 승격한 현대건설의 양철호 감독은 오빠 리더십을 앞세워 2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뜻 깊다. 팀 전체가 하나가 돼 잘 준비하겠다"며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음을 넌지시 알렸다.
양 팀의 상대전적은 4승 2패로 현대건설이 앞서 있다. 현대건설은 장점인 높이를 앞세워 IBK기업은행에 4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천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바뀌었고, IBK기업은행이 5, 6라운드 2경기를 쓸어 담으며 앙갚음했다. 전적은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주지만, 체감도는 IBK기업은행의 편인 셈이다.
이정철 감독은 "시즌 초반 흔들렸고, 4라운드에서 데스티니가 부상을 당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 본 궤도에 올랐다"면서 자신감을 표했다. 6라운드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이정철 감독의 무뚝뚝한 얼굴에는 화색이 돋았고, 자신이 의도한대로 정상 전력이 가동된 것에 미소를 지은 바 있다.
흐름을 탄 IBK기업은행은 6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두며 현대건설을 끌어내리고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은 1승2패로 고전하다 막판 2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화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현대건설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한 장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건설의 세터 염혜선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단기전에서는 팀이 가진 장점을 발휘하는 것 만큼 단점의 최소화도 중요하다. 양 팀은 특정 선수를 지목하며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정철 감독은 현대건설의 주포인 폴리를 언급하면서 "신경을 건드리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양철호 감독은 IBK기업은행의 숨은 공신인 채선아를 거론하며 "흔드는 것이 곧 전술이다"며 그를 향한 몰아치기를 시사했다.
30경기씩 치른 두 팀의 정규시즌 기록을 보면 범실에서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린다. IBK기업은행이 543회로 최소화한 반면, 현대건설은 692회로 불명예 1위에 있다. 뼈 아픈 실책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고, 특히나 단기전에 심적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양철호 감독은 "꾸준히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리베로 남지연과 현대건설의 염혜선은 우승 시 감독에게 바라는 것으로 각각 '왕사발 폭탄주'와 '야자타임'을 요청했다. 섣부를 감이 없지 않지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가 될 1차전을 통해 유쾌한 앞날을 그리고 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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