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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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화장', 잠재된 본능과 현실의 아슬한 줄타기

기사입력 2015.03.18 07:25 / 기사수정 2015.03.18 01:04

조재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한 중년 남성의 솔직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상과 현실 그 어딘가에서 만난 그는 오묘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영화 '화장'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신작으로 지난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고 갈망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임권택 감독은 '화장'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삶과 죽음, 사랑과 번민이라는 소재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내 세계와의 예술적 공유를 꾀했다. 사실적인 자연스러움 속에서 화장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민다는 뜻의 화장(化粧)과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를 지낸다는 뜻의 화장(火葬)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극은 아내(김호정 분)의 죽음을 맞이한 오상무(안성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상무는 화장품 회사의 중역이자 성실한 가장으로 회사와 가정 그 어느 쪽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상이다.

빈틈없어 보이는 오상무지만, 새롭게 홍보대리로 온 추은주(김규리)의 등장과 함께 그의 본능도 꿈틀댄다. 아내의 병실에서 잠을 자거나 홀로 술을 마실 때, 심지어 아내와의 잠자리에서도 추은주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안성기와 김호정, 김규리는 그렇게 서로 마주치는 장면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기류가 극 내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오상무 내면의 복잡한 감정은 장례식장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술에 취해 오상무를 깎아내리는 동기의 모습이나 추은주의 방문, 부인의 영정사진, 상중에도 일하는 오상무의 모습이 차례로 카메라에 담기며 관객은 자연스럽게 오상무의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화장'은 이처럼 오상무 역을 맡은 안성기의 감정선이 극의 핵심 주제로 펼쳐진다. 안성기는 중년 남성의 욕망과 고뇌, 절망과 헌신 등을 담담한 듯 현실감있게 표현했다. 관록이 느껴지는 그의 연기에 관객은 몰입하고 감정축은 흔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아내 김호정의 연기 투혼 또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김호정은 병실에 누워 대다수 시간을 보내지만 등장 때마다 임팩트는 엄청나다. 임호정은 파격적인 노출도 서슴지 않는데, 목욕장면에서 그가 보여준 처절한 울부짖음은 노출보다 그의 감정이 앞서며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안성기와 김호정 사이에서 극의 큰 요동을 만들어내는 추은주 역의 김규리는 팜므파탈의 정석을 보여준다. 김규리는 눈빛, 몸짓, 목선 하나까지 감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와인을 활용한 연출도 김규리만의 매력으로 소화한다. 김규리의 패션포인트도 볼거리 중 하나. 김규리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보고 있으면 오상무의 흔들림도 어느새 이해가 된다.

'화장'에서 임권택 감독이 보여준 연출은 기존 영화들과 다르게 젊은 감각이 물씬 느껴진다.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던 그의 말처럼 장례식장, 병원 등 일상적인 장소가 등장했고, 오상무와 추은주가 붐비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등을 맞대는 모습이나 곳곳에서 나오는 웃음 포인트도 극을 한결 부드럽게 한다.

극 후반 오상무의 행동에는 많은 의문이 남는다. 누군가는 공감을,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중년 남성이 보여준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에 대한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

한편 영화 '화장'은 오는 4월 9일 개봉한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영화 '화장' ⓒ 올댓시네마]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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