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김성균은 무서울 정도로 섬뜩한 악역에서부터 여심을 흔드는 김첨지같은 삼천포역까지 모두 변화할 수 있는 남자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거칠고 무서운 악역, 이런 것들이 내가 먹고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꾸준히 욕심 내지 않고 작은 액수라도 꾸준히 하면 이걸로 행복하게 연기 생활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큰 욕심 없이 지냈다"고 말했다. 그만큼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소박하게 밥벌이를 하고자 했지만 그의 노선은 조금 달라졌다.
김성균의 연기 인생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전과 이후 그리고 2013년 '응답하라 1994'를 만나며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응답하라 1994'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건가 잠시 착각했을 정도로 황당했던 스무살 대학생 역할을 제안을 받았다.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를 만나 그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에 매료돼 삼천포가 되었고, 어느새 '포블리'라는 별칭까지 챙겼다.
그런 김성균에게 이번 영화는 또 다른 시도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 맥주를 사다놓고 술술 읽어내려간 뒤 출연을 결정했다. 악역을 주로 맡아왔던 그는 이번에 범죄 피해자의 가족으로 변신했다. 영화 '살인의뢰'는 공권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남겨진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여동생을 잃은 형사 김상경과 함께 사랑하는 아내와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모두 잃은 김성균이 있다.
극 초반에 윤승아와 알콩달콩한 부부 연기를 펼친 김성균은 실제로 연극인 출신 아내와 달콤한 신혼을 보냈다. 소박하면서도 즐거운 데이트를 즐겼고 결혼 6개월만에 첫째 아들을 얻었다. 그런 그의 경험이 감정 이입을 도왔다.
김성균은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린 남자고 승현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행복한 나의 일상이 승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살인범을 연기할 때는 그들의 뇌구조나 심리를 알 수는 없어 그냥 기분이 나빴고 살인범의 이미지를 많이 보려고 했다. 그들의 내면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승현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 닥치는 불행이기에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졌다. 정신적으로 마음이 아프더라. 일상 생활에서도 어릴 적 겪었던 안좋은 기억 같은 것들이 툭툭 떠오르더라. 역할에서 못 빠져나온다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갔다"고 털어놨다.
승현은 아내를 잃고 난 뒤 죽으려고 마음을 먹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 대신 변하는 것을 택한다. 영화 속에서는 생기를 잃어가는 김성균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아내를 잃고 축 처진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김성균이 이렇게 작은 사람이었던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김성균은 모든 장면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희생자의 감정이 모든 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힘들지 않은 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승현은 끔찍이도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 어쩔 수 없이 변화한다. 아내를 잃고난 뒤 3년의 시간이 흐르고 극단적인 선택도 주저하지 않게 됐다.
그는 "승현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 "승현 역할을 연기하는데 있어 고급스럽고 매끈하게 하는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내지르고 잴게 없는 인물을 그려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촌스러운 연기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감정적으로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마음을 보여주는 역할이다보니 이 작품을 택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악역을 넘어서 다양한 연기로 풍부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균이지만, 자신을 분식점 같은 배우라고 칭했다. 특별히 맛있는 거 없이, 특별히 잘하는 연기 없지만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라는 것. 고급스럽지 않더라도 주문만 해주면 땡초 김밥 같은 악역 연기부터 모든 것을 내올 수 있다고 했다. 애가 셋이니 가리지 않고 해야한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는 자신의 연기에 끊임없이 부족함을 찾고 고민하는 프로페셔널한 연기자의 모습을 놓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김성균은 아내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면 한없이 부드러운 삼천포의 눈빛이 보였지만 영화의 논란이 되는 결말 부분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다시 매서워졌다.
김성균은 스스로를 분식점이라고 했지만. 좀 다른 듯 했다. 김성균은 감독과 작품이 원하는 것을 때맞춰서 자신의 맛깔나는 연기로 내놓는 심야식당이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김성균 ⓒ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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